‘파타고니아 조끼’ 돈 많아도 맘대로 못 입는다?

2019-04-12 16:30

add remove print link

'아웃도어의 에르메스' 파타고니아의 발표에 뉴욕이 술렁인다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캠페인까지 벌였던 파타고니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가 친환경적이지 않은 기업엔 조끼를 팔지 않겠다고 공지해 월가가 술렁이고 있다.

현재 JP 모건 체이스, 노무라 등 고액연봉으로 유명한 기업의 로고가 가슴에 새겨진 '파타고니아 조끼'는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교복이자 자부심으로 불리고 있다. 이 때문에 월가 기업들 사이에선 "파타고니아 단체복을 주문하려고 친환경 기업 인증을 받아야 할 판"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Instagram에서 이 게시물 보기

I refuse to live in a world where I am killing it with my boys at joshua tree and am forced to go home at 4 am #midtownuniform

Midtown Uniform(@midtownuniform)님의 공유 게시물님,

파타고니아는 친환경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다. 가격이 꽤 비싸 ‘아웃도어의 에르메스’로 불린다. 창업자 이본 쉬나르가 고집스럽게 친환경 경영방침을 고수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하고 '파타고니아 옷을 사지 마세요'라는 광고캠페인을 벌인다. 소비자들에게 환경보호를 위해 옷을 새로 사지 말고 수선해 입으라고 권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 파타고니아는 "이제부터 환경보호에 우선순위를 둔 기업과 'B코퍼레이션(미국 정부가 공익 추구기업으로 공식 인증)'을 받은 기업과의 거래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을 가려 받겠다는 파타고니아의 발표에 월가가 술렁이자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일(현지시각) "이제 각 회사들은 금융인의 상징처럼 돼 버린 파타고니아 조끼를 구매하기 위해 자신들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며 "이는 월가를 패닉상태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 저널은 여러 기업이 구매대행업체를 통해 파타고니아 조끼를 주문하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고 전했다.

Patagonia Triggers a Market Panic Over New Rules on Its Power Vests

파타고니아 조끼는 2008년 금융위기 후 월가에 캐주얼 출근복 바람이 불며 인기가 높아졌다. 당시 금융계는 매주 금요일을 '캐주얼 데이'로 지정한 뒤 회사 로고를 새겨 단체 주문한 파타고니아 조끼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파타고니아 조끼는 애플의 팀 쿡,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등 실리콘밸리의 젊은 CEO들이 입는 것으로 알려지며 인기가 더 높아졌다. 이후 파타고니아 조끼는 금융·IT계 고액 연봉자들의 상징이 됐다.

현재 미국 취업준비생들은 파타고니아 조끼 유니폼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의 등급을 나누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파타고니아가 공식 인증 친환경 기업에게만 조끼를 판매하며 환경보호 기업이라는 자사 정체성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home 이재윤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