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폐기물처리업체가 국가산단 입주… 왜 이렇게 황당한 일이 벌어졌나

기사 본문

  • • 한국산단공·당진시의 `엿장수 행정`으로 비적격 업체 입주
  • • 지자체도 요건 구비못한 업체에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OK`

석문국가산단에 입주한 해당업체는 공장 준공을 마쳤지만 건설임금 체불 등의 문제로 분쟁 중이다.

폐기물 처리업체가 제조업으로 둔갑해 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사례가 적발되면서 관련 기관들의 ‘엿장수식 행정’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심지어 이 업체는 요건 불충분에도 지차체로부터 국가산단에서 폐기물 처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허가까지 받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관리 당국의 주먹구구식 행정처리로 주민들의 건강과 지역 환경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가산단이 적게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들여 조성되는 만큼 더욱 촘촘한 관리망이 구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은 폐기물 처리업체인 A사(社)가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하면서 시작된다. A사는 석탄재(폐기물)를 유·무상으로 공급받아, 이를 가공하여 플라이애쉬를 정제하는 업체다.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에 따르면 A사와 같이 폐기물(석탄재)을 원재료로 최종제품인 플라이애쉬를 회수하는 업체는 비금속류원료 재생업(한국표준산업분류 코드 38210), 즉 ‘폐기물 처리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A사는 지난해 4월 통계청에 “당사는 플라이애쉬를 공급 받아 이를 분쇄·마쇄하여 분말 또는 기타 분쇄물을 생산한다”며 “한국표준산업분류상 어떻게 분류되는가?”라고 질의했다. 원료인 ‘석탄재’(폐기물)를 숨기고 최종제품인 플라이애쉬를 ‘원재료’로 사용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처럼 질문한 것이다. 통계청은 A사의 질의에 ‘제조업의 일종’인 비금속광물 분쇄물 생산업(23993)이라고 답변한다. 

A사는 통계청 답변을 토대로 한국산업단지공단 당진지사에 석문국가산단 입주를 신청하고, 3개월 후인 2018년 7월 석문국가산단 입주계약 체결과 (공장)건축 허가를 취득한다. 

이 단계에서 잘못 꿴 첫 단추를 바로 잡을 수 있었다. 산단공 당진지사가 A사의 사업계획서 등을 꼼꼼히 살폈다면 말이다. 산업단지 입주는 산단공에 입주 신청→산단공의 입주 심사→(LH 등과) 입주 계약 순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산단공 당진지사는 A업체가 잘못된 질의를 통해 받은 통계청 답변 만으로 비적격 업체의 국가산단 입주를 허가했다.

석문국가산단에 입주한 해당업체는 공장 준공을 마쳤지만 건설임금 체불 등의 문제로 분쟁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고시에 따르면 석문국가산단 내 산업시설용지에 입주 가능한 업종은 화학물질·화학 제품 제조업, 고무 제품·플라스틱 제조업, 비금속 광물 제품 제조업, 1차 금속 제조업, 금속가공 제품 제조업, 전자부품·컴퓨터·영상·음향·통신장비 제조업, 전기장비 제조업, 기타기계 및 장비 제조업, 자동차·트레일러 제조업, 기타운송장비 제조업 등이다. 폐기물 처리업은 속해 있지 않다. 

관계 기관의 수상한 행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A사는 2018년 11월 ‘산단 내 공장을 건설하는 도중’ 당진시청에 폐기물 종합재활용업 허가를 취득한다. 지자체가 산단에 제조업으로 위장 입주한 기업에게 ‘석탄재를 영업 대상 폐기물로 한 폐기물 종합 재활용업’을 허가해준 것이다. 

여기서 또 다른 모순이 발생한다. 폐기물관리법 제25조 및 폐기물처리업 허가 업무 처리지침에 따르면 폐기물종합재활용업 허가를 받으려는 자는 사업계획서 적합 통보를 받고 2년 이내 시설·장비, 기술능력 등 요건을 갖추고 허가신청을 하도록 규정돼 있다. 허가권자도 이러한 시설 등이 신청한 대로 설치됐는 지 직접 확인하고 허가 통보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A업체는 설비 등을 완전히 갖추지 않고 공사 중에 허가를 취득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동일 지역권에 소재한 플라이애쉬 생산 동종업체들은 환경부와 당진시청에 각각 질문을 했다.

환경부는 “시설·장비를 갖추지 않은 자는 허가 신청을 할 수 없다”, 당진시는 “시설·장비를 갖춘 정도를 판단하는 데 행정청의 재량권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고 각각 상반된 피드백을 줬다. 

한편, 일각에서는 비적격 업체의 국가산단 입주는 혈세 낭비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국가산단은 기간 산업과 첨단 과학기술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조성된다. 특히 지자체의 성장동력 확보와 주민들의 취업기회를 늘려준다는 점에서 산단 후보지 선정에만 많은 공을 들인다. 

국가산단 입주기업은 임대료·세금 할인 등 혜택도 받기 때문에 입주자격을 깐깐히 심사해야 한다.

한 충남도 정치권 인사는 “국가산단은 조성부터 기업 입주, 운영 등까지 천문학적인 정부 예산이 지원되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입주 심사를 해야 한다”며 “부적격 업체가 국가산단에 입주한 것도 엄청난 실책인데, 더 중요한 주민 건강과 지역 환경에 미칠 영향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원수 기자 jang7445@wikitree.co.kr

우측 영역

사이드 배너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