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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反문재인’ 행보… 반기문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 •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 임명된 뒤 사실상 탈원전 정책과 상반된 걸음
    • • 한국당이 지원하는 원자력 전문가가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에 축사 영상
    • • 정부 북핵기조에 이의제기… 반기문 이름 딴 재단의 발기인 `대선캠프급`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 연합뉴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행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의 위원장으로 임명된 뒤 탈원전 정책과 상반되는 걸음을 계속해서 걷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정치 행보를 시작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반 전 총장은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체험행사 '미세먼지 속의 다이닝'에서 영상 축사를 발표했다.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개최한 이번 행사의 취지는 시민 300명을 초청해 하얀 테이블보를 깐 식탁에서 다함께 밥을 먹으며 미세먼지 문제의 심각성을 되새기자는 것이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 전 총장이 영상 축사를 지원한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는 지난해 말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을 당시 설립 목적을 ‘한반도 평화와 화해 전진을 위한 남북 에너지 협력정책과 미래형 에너지 산업기술 정책 연구‧수행’으로 명시했다. 

    문제는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의 이사장이 원자력 전문가인 이병령 뉴엔파우어 대표라는 점이다. 뉴엔파우어는 발전소 플랜트 수출을 자문하는 1인 회사다. 

    카이스트 대학원 원자력공학 박사인 이 대표는 한국형경수로 개발의 주역이다.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형경수로 개발책임자를 역임했다. 이런 그의 이력 때문에 한반도평화에너지센터가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려고 이번 행사를 기획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탈원전 정책을 반대하는 쪽은 대체로 탈원전으로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논리를 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의 축사에서 이 이사장은 “원전을 지으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진짜 없애려고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미세먼지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자유한국당이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비상임위원 후보로 추천한 인물이기도 하다.

    반 전 총장이 이처럼 탈원전을 반대하는 것으로 의심받는 인사, 더욱이 한국당의 지원을 받은 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단체의 행사를 대놓고 지원하고 나섬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반 전 총장은 지난 3월 언론 인터뷰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재검토도 논의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에너지 수급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에너지 정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거론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탈원전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정부 정책 기조에 딴지를 건 것은 이때뿐만이 아니다. 같은 달 그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은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핵 능력의 전면 폐기”라며 한·미와 북한의 인식 차이를 설명했다. 이런 그의 진단은 한국 정부의 전반적 외교정책과 차이가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회 남북경제협력특위에서 “(남·북·미) 3자의 비핵화 개념은 정의가 동일하냐”란 물음에 “개념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반 전 총장이 정부 정책이나 기조에 자꾸 이의를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사실상 정치행보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북핵이나 탈원전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대한 의견을 거침없이 피력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것이다. ‘탈원전 반대’를 고리로 한국당과도 암묵적인 유대를 맺고 있다는 의심마저 일각에선 나오고 있다. 

    공교롭게도 최근 반 전 총장이 이름이 들어간 재단이 최근 출범한 것도 이 같은 의심을 부채질한다. 지난 10일 반 전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서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이 출범했다. 이 재단엔 김황식 전 국무총리, 공로명·유종하·유명환 전 외교부 장관,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김숙 전 UN주재 대사, 국제구호 전문가 한비야씨, 전 리듬체조 선수 손연재 씨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했다. 대선 캠프를 방불케 하는 인물 구성이다. 한씨와 손씨를 제외하면 모두 현 정부의 정책이나 기조와 일정한 거리가 있다. 

    반 전 총장은 정치 재개엔 뜻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정치 활동을 재개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연목구어"라고 답했다. 반 전 총장 측은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반기문 재단’의 설립과 관련해서도 정관에 정치활동을 일절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만큼 정치활동으로 바라보지 말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책과 관련한 일정한 성과를 낸다면 반 전 총장이 다시 정치를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정치권은 거두지 않고 있다. 그가 충청권과 중도·보수층을 껴안을 수 있는 강력한 확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꺼져가던 ‘반기문 대망론’의 불씨를 살린 인물은 그를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직에 앉힌 문재인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체험행사 '미세먼지 속의 다이닝'에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영상 축사가 상영되고 있다. / 채석원 기자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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