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세계 모든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 대통령 트윗 놓고 벌어진 논쟁

2019-05-27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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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상대적…객관적 우열 없어“ vs ”영화제 권위 차이, 상의 가치 차이는 분명 존재“
일부 이용자들, '대통령을 비판 용납 안 되는 성역 취급'이란 지적도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에게 보낸 문재인 대통령의 SNS 축전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트위터에 "봉준호 감독님의 제72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한다. 수상작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다. 우리 영화를 아끼는 국민들과 함께 수상을 마음껏 기뻐하자"라고 썼다.

문제가 된 건 '세계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는 표현이었다. 독립 블루레이 제작 스튜디오인 '플레인 아카이브' 공식 트위터 계정은 문 대통령 트윗의 이 표현을 두고 "영화 예술 상대성을 고려 못한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국제 경쟁영화제는 기록 스포츠 경기가 아니며 칸 황금종려상은 영화의 예술·기술적 완성도뿐만 아니라 당대의 사회적 이슈, 세태를 반영하여 심사위원단에 따라 다양한 결과로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이 트윗은 거센 후폭풍을 맞았다. 대통령이 축하의 뜻으로 쓴 글에 나온 지엽적 표현을 불필요하게 문제 삼는다는 반발이 이어졌다. 개인 계정이 아닌, 회사 공식 계정으로 사적인 의견을 표현한 게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플레인 측 지적 내용에 대한 반박도 많았다. 경쟁영화제 자체가 영화를 평가하고 심사해서 크고 작은 상을 주는 영화제이며, 영화제들 사이에도 권위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 3대 영화제 중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칸 영화제에서 최고 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걸 '세계 모든 영화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표현하는 게 크게 틀린 표현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플레인 백준오 대표는 해당 트윗이 부적절했다며 삭제하고 사과를 게재했다. 백 대표는 "트윗 형식과 방법, 글의 뉘앙스 모두 신중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나 사과문 후에도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플레인이 적절한 지적을 했다는 옹호 의견이 적지 않게 나왔다. 예술에 객관적 우열이 존재한다고 믿는 시선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대통령 트윗에 대한 지적이 논란이 된 게 지지층의 과잉 반응 때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이 플레인의 트윗을 '훈장질', '선생질'이라며 비난한 게 대통령을 비판이 용납되지 않는 성역처럼 취급하는 태도라는 것이다.

일부 이용자들은 정치인 지지층이 아이돌 팬덤과 유사해지는 '정치의 팬덤화' 현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이번 논란이 "팬덤정치와 반지성주의의 앙상블"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제공
home 권택경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