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사건’의 당사자인 유부남을 법원은 왜 절망적인 상황에서 구해준 것일까

2019-05-31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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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같은 동료 여군과 부적절 관계 장교 강제전역 처분은 부당”
“상관·부하 사이 불륜보다는 군의 위신 훼손하는 정도가 안 크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계급이 같은 동료 여군 장교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진 장교를 강제 전역시킨 군의 결정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행정2부(성기권 부장판사)는 A씨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연합뉴스가 31일 전했다.

육군인 A씨는 모 부대 대위로 재직하던 2016년 2∼10월 같은 부대에서 복무하는 여군 대위와 불륜 관계를 맺었다.

둘의 부적절한 관계가 들통 나자 육군은 유부남인 A 씨가 독신자 숙소에 여군 대위를 들이는 등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며 같은 해 12월 정직 1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대위는 이듬해 1월 현역복무 부적합 조사위원회에 넘겨져 현역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어 전역심사위원회는 A 씨에 대한 전역을 의결했다.

전역심사위원회는 A씨를 전역시키기로 결정했다. ‘판단력이 부족하고 사생활이 방종해 근무에 지장을 주거나 군 위신을 훼손해 현역복무에 적합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A씨는 전역 처분이 부당하다며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를 구제했다. 재판부는 "동료 여군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정만으로 직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정도로 판단력이 부족한 사람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상관과 부하 사이의 불륜이 아니라는 점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같은 부대 동료 여군과 불륜은 상관·부하 사이 불륜보다는 군의 위신을 훼손하는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만으로 원고의 불륜 행위가 근무에 지장을 줬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며 "일부 성관계 장소가 독신자 숙소였다는 사실만으로 군의 대외적 위신이 손상돼 군인 신분을 박탈해야 할 만큼 중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사생활이 방종해 군의 위신을 훼손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 이유만으로 원고를 전역시키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며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 범위를 현저히 일탈했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