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대면 알만한 대기업, 김치로 보수 지급… 알고 보니 그나마 '불량 김치'

2019-06-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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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그룹, 계열사에 이호진 총수 회사의 김치·와인 등 강매
총수일가 지분율 100% 계열사 김치·와인 강매 142억 부당이익
계열사별 할당하면 복리후생비·사내근로복지기금 등으로 결재
공정위, 이호진 전 회장 고발하고 21억8000만원 과징금 부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 뉴스1

총수 일가 회사의 김치와 와인을 계열사에 강매한 태광그룹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17일 태광그룹 소속 19개 계열사가 총수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티시스'의 사업부인 '휘슬링락CC'로부터 김치를 고가에 구매하고 마찬가지로 총수일가 지분율 100%인 또 다른 계열사 '메르뱅'으로에서 와인을 사들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140억원 어치의 김치와 와인을 떠안은 계열사들은 회사 복지기금으로 회계를 처리하고 직원들에게 월급 대신 김치를 보내는 등 전횡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비싼 가격의 이 김치들은 식품위생법 기준에도 맞지 않은 이른바 '불량김치'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공정위는 이날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과 김기유 그룹 경영기획실장, 태광산업과 흥국생명 등 19개 계열사 법인을 검찰에 고발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21억8000만원을 부과했다. 과징금은 티시스 8억6500만원, 메르뱅 3억1000만원, 태광산업 2억5300만원, 티브로드 1억9700만원, 흥국화재 1억9500만원, 흥국생명 1억8600만원 등으로 19개 계열사가 나눠 낸다.

공정위에 따르면 태광그룹 계열사들은 2014년 상반기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그룹 계열 골프장인 휘슬링락CC가 공급한 김치 512t을 95억5000만원에 구입했다.김기유 실장이 김치 단가를 종류에 관계없이 10㎏에 19만원으로 일방적으로 결정하고서 계열사별 구매 수량까지 할당해 구매를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할당을 받은 계열사들은 이를 다시 부서별로 분배해줬고 이 김치를 직원 복리후생비나 판촉비 등으로 사들인 뒤 다시 직원들에게는 급여 대신 김치를 할당, 택배로 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휘슬링락CC는 총수일가가 지분을 100% 보유한 동림관광개발이 설립한 회원제 골프장이었으나 영업부진으로 고전하다 티시스에 합병됐다. 이후 티시스의 실적까지 나빠지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룹 차원의 '김치사업 몰아주기'가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휘슬링락 김치는 배추와 알타리무 모두 1㎏당 1만9000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이었다. 이는 시중에 판매되는 김치의 2~3배 가격에 달한다.

덕분에 휘슬링락CC 김치 영업이익률은 43.4~56.2%로, 당시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율 3~5%의 11~14배에 달한다.휘슬링락CC 김치를 계열사들이 일사불란하게 구매하게 된 것은 휘슬링락CC를 소유한 티시스의 지분을 총수일가가 100% 보유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태광그룹은 김치뿐만 아니라 와인 판매를 통해서도 총수 일가의 배를 불린 것으로 드러났다.

태광그룹은 총수일가가 지분 전부를 가지고 있는 와인도소매업체 메르뱅이 독점 수입한 와인을 명절 선물 등으로 강매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계열사에 판매된 와인 가격은 2병에 10만원 수준으로, 2014년 7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총 46억원어치 와인이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계열사에 김치와 와인을 강제로 팔아 총수 일가가 벌어들인 수익은 최소 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이 이 전 회장 일가에 지급한 배당금은 각각 25억5000만원, 7억5000만원이다고 밝혔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구매 물량을 늘리다가 공정위 조사가 시작된 2016년 9월 판매를 중단했다.

공정위는 이 전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휘슬링락CC와 메르뱅이 김치와 와인 강매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인 뒤 향후 경영권 승계 등에 이용할 수 있어 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픽사베이 자료사진
픽사베이 자료사진
home 이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