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인 척하며 술 취한 여성과 잠자리’ 남자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실제 사건)

2019-06-18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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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협박 등 강제성 동반하지 않으면 '무죄'
캐나다·아일랜드는 한국·미국과 달리 적극처벌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한 남자가 술에 취해 남자친구 옆에서 잠을 자고 있는 여자에게 다가가 남자친구인 것처럼 행세하며 성관계를 맺었다. 이 남자에겐 죄가 있을까, 없을까.

20대 연인 한 쌍이 술에 크게 취해 여인숙에 들어갔다. 새벽에 잠을 자다 말고 남자가 소변을 보러 화장실에 갔다가 방을 착각해 다른 방에 들어갔다. 여자가 혼자 자는 방에 옆방 남자가 들어와 성관계를 했다. 여자는 잠결에 애인인 줄 알고 성관계를 맺다 수차례 만족을 표하는 의사표시를 했다. 뒤늦게 술이 깬 여자는 상대가 애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경찰에 신고했다. 여자와 성관계를 맺은 옆방 남자에겐 죄가 있을까, 없을까.

두 사건 모두 한국에서 벌어진 것이다. 첫 번째 사건에서 남자는 1심에선 징역 2년6개월을, 2심과 대법원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두 번째 사건도 결과는 비슷하다. 대법원은 여성이 착각으로 성관계를 허락했더라도 협박이나 폭행 등 강제성을 동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간음했기 때문에 강간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해당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까.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여성폭력에 대한 효과적인 검찰의 대응방안' 학술 세미나에 참석한 한인검사협회 소속 한인 검사들이 첫 번째 사건에 대한 각 나라의 예상 처분을 설명했다고 머니투데이가 18일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미국·캐나다·아일랜드의 검사들은 대체로 '행위의 중단 여부'를 기소 기준으로 꼽았다. 즉 피해자가 성관계 상대가 남자친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멈춰달라고 요구할 때 행위를 중단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아일랜드와 미국의 예상 처벌은 다소 달랐다.

장 세바스티안 캐나다 퀘벡 주 검찰청 검사에 따르면 캐나다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남자를 처벌한다. 머니투데이에 따르면 캐나다는 성관계 시 단계별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이와 관련해 장 세바스티안 검사는 "사기·거짓에 의한 동의는 동의라고 볼 수 없다"며 "이 경우 상대가 자신이 누군지 밝히지 않았고, 기만에 의한 동의이기 때문에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일랜드 역시 한국보다 적극적으로 피의자를 처벌한다. 샌드라 맨테 아일랜드 더블린 검찰청 검사는 "아일랜드에서도 술 취한 여성을 강간하는 남성이 많아서 성폭력 퇴치 캠페인이 일어나고 있다"며 "그런 경우 보통 강간으로 기소한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와 달리 정 박 뉴욕주 검찰청 검사는 "뉴욕에선 심신미약 상태나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었는데 남자친구인 줄 알고 섹스했다고 기소하긴 어렵다"고 말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해당 사건의 경우 표면상 여성이 동의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