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이 지경이니까 더 해야죠” 엄마와 '처음이자 마지막' 여행한 청년

2019-06-1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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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다니던 어느 날 '청천벽력'같은 소식 들었던 송영균 씨
암으로 세상 떠나기 전 어머니와 함께 '이별 여행'

송영균 씨와 어머니 / 이하 MBC 'MBC 스페셜-내가 죽는 날에는'
송영균 씨와 어머니 / 이하 MBC 'MBC 스페셜-내가 죽는 날에는'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난 청년이 생전에 했던 일이 전해졌다.

지난 17일 방송된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MBC 스페셜-내가 죽는 날에는'에서는 지난 3월 숨진 송영균 씨 사연이 그려졌다.

송 씨는 28세가 되던 해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인권 변호사를 꿈꾸며 로스쿨에 입학한 지 3개월이 채 안 된 때였다.

이후 그는 4년 9개월간 투병 생활을 해야 했다. 하지만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 곳곳엔 암세포가 전이됐다.

송 씨는 절망 대신 희망을 택했다. 그는 죽을 때까지 뭘 할 수 있을지 생각했다. 매주 2회 독서 모임에 참여했다.

송 씨는 "몸이 그 지경인데 무슨 독서 모임이냐는 말도 들었다.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셨다"라며 "오히려 이 지경이니까 무언가를 더 해야죠"라고 했다.

송 씨는 세상과 이별하는 과정 중 하나로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어머니와 단둘이 하는 여행은 처음이었다. 송 씨 아버지는 그가 생후 31개월이었을 때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송 씨는 어머니와 여행을 떠나기 전 "이번 여행에서 우리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들 (입에) 많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씨는 "어머니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일만 하셨다.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오신 분인데... 이 여행은 오직 어머니를 위한 여행이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기차를 타고 부산 해운대로 갔다. 송 씨는 구두를 신고 해변을 걸었다. 암세포가 골반에 퍼진 그에게 구두를 신고 걷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마지막 여행에서 어머니에게 '멋진 아들과 함께 걸었다'는 추억을 남겨주기 위해 그가 선택한 최선이었다.

송 씨는 "멋진 아들이 옆에서 나란히 걸으면 어머니 마음이 뿌듯하지 않겠어요?"라고 말했다.

송 씨가 어머니와 함께 꽃 앞에 서서 사진을 찍을 때 송 씨 어머니는 "(사진에) 꽃은 안 나와도 너랑 같이 찍으면 좋아"라고 말했다.

송 씨는 어머니를 한 네일샵으로 데리고 갔다. 송 씨 어머니는 손톱손질을 받고 발톱에 매니큐어도 칠했다.

여행을 마친 송 씨는 "너무 슬픈 일이 아니었으면 한다, 제가 죽는 사건이. 저는 참 열심히 살았고 최선을 다했다"라고 말했다.

home 김민정 기자 wikikmj@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