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직장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게 될 법’이 한 달 뒤부터 시행된다

2019-06-19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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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보호하고 가해자 처벌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안 따르는 회사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형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다음달부터 시행되면서 대부분의 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이 법은 다음달 16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이 법에 따르면 기업은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면 사용자는 즉시 사건을 조사해 피해 직원의 희망에 따라 근무지를 바꿔주거나 유급휴가 지원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또 괴롭힘이 발생한 사실을 신고하거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한 기업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기업은 각 회사의 취업 규칙에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안 그러면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문제는 법조항이 상당히 애매하는 점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규정하는 조항은 딱 하나다.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이처럼 법조항이 애매한 까닭에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예시 매뉴얼도 펴낸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다음 행위들이 사업장에서 발생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부합하는지 판단하게 된다.

∙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 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함

∙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 승진, 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함

∙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에 대하여만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는 모두가 꺼리는 힘든 업무를 반복적으로 부여함

∙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는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음

∙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함

∙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

∙ 다른 근로자들과는 달리 특정 근로자의 일하거나 휴식하는 모습만을 지나치게 감시

∙ 사적 심부름 등 개인적인 일상생활과 관련된 일을 하도록 지속적, 반복적으로 지시

∙ 정당한 이유 없이 부서이동 또는 퇴사를 강요함

∙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림

∙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력을 가함

∙ 욕설이나 위협적인 말을 함

∙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함

∙ 의사와 상관없이 음주, 흡연, 회식 참여를 강요함

∙ 집단 따돌림

∙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 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함

이 규정에 따르면 선배가 후배에게 술자리를 마련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고 반복해서 말하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상사와 다른 직장동료가 모인 자리에서 종이를 던지며 모욕을 주는 행위도 직장 내 괴롭힘이다. 하지만 선배가 회사의 시즌 콘셉트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배에게 디자인 시안의 보완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상당수 직장인은 새 법이 낡은 직장문화를 개선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기준이 애매한 만큼 상사에게 불려 가면 몰래 녹음기를 켜두는 직장인이 많아지는 등 직장 문화가 삭막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