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상사와의 성관계 피하려다 아파트 추락사… 직장상사는 왜 고작 징역 6년?

2019-06-19 16:32

add remove print link

경찰은 ‘강간치사’ 혐의 적용했지만 검찰은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
항소심, 징역 6년 선고한 원심 확정… 피해여성 유족 강력 반발할 듯

글과 관련이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글과 관련이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20대 여성이 자신과 성관계를 하려는 직장상사를 피해 달아나다 8층 아파트의 베란다로 떨어져 숨진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이 직장상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원심 결과에 항의한 바 있는 유족 측이 또 다시 강력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고법 춘천1형사부(부장판사 김복형)는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42)씨가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낸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뉴시스가 19일 보도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인 B(29)씨가 지난해 11월 7일 오전 2시 54분쯤 춘천시에 있는 A씨 아파트 8층에서 추락해 숨지면서 발생했다. B씨의 직장상사인 A씨는 사건 전날 밤 다른 직장동료들과 회식한 뒤 B씨를 자기 아파트에 데려와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B씨에 대해 추락사가 성추행과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 강간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은 인과 관계를 인정할 근거가 없단 이유로 준강제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2월 1심은 A씨에게 준강제추행 권고형량(징역 1년 6월~4년 6월)보다 많은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와 관련해 2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은 범죄 후의 정황에 해당한다”며 “형벌 가중적 양형요소로 삼는 자체가 위법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심의 형이 재량의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너무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준강제추행 권고형량보다 많은 징역형을 선고하는 게 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A씨를 엄벌에 처하는 게 맞는다는 뉘앙스의 판단인 셈이다.

뮨제는 이 같은 법원 판단이 피해자 유족의 강력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는 점이다.

피해자 어머니는 지난 3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29살 꽃다운 딸! 직장 상사의 성추행으로 아파트에서 추락하여 사망. 제발 도와주세요!’라는 청원 글을 올려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달라고 요구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자신을 강원에서 외식업을 하며 살고 있는 50대 주부로 자신을 소개한 뒤 “서울에서 명성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도 한 학기를 남겨 두고 있던 제 딸은 ‘잠시 휴학을 하고 좀 가까이 있자’던 제 말을 듣고 지난해 1월부터 춘천으로 와 한 직장에서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11월 딸이 다니던 회사에서 한해의 행사를 마무리하고 딸아이와 가해자를 주축으로 기획했던 큰 프로젝트가 1등으로 서류심사 통과한 일이 있어 겸사겸사 회식이 있었다”며 “그 과정에서 제 딸의 직장상사 A 씨는 술에 취한 제 딸을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가 강제추행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은 강간치사로 송치했는데 검찰은 강간치사가 아니라 준강제추행으로 (A씨를) 기소했다”며 “가해자가 성관계를 위해 (딸을) 강제추행했고, 이를 피하기 위해 (딸이) 출구를 찾다가 베란다로 떨어져 사망했는데 가해자의 추행 행위와 제 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하는 기소 내용을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A씨가 징역 6년형을 선고받은 1심 결과를 소개한 뒤 “제 딸의 목숨 값이 고작 가해자의 징역 6년이면 된다? 하늘이 무너지고 원통하여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영정사진 앞에서 한없이 울던 딸아이 남자친구는 좀 더 사귀다 내년쯤엔 결혼도 꿈꾸고 있었다”면서 “이제 친지, 지인들의 자녀들의 청첩장만 봐도 눈물이 앞을 가로막는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