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원동 철거업체 관계자들 조문 오자 '분을 참지 못한' 예비신부 부친

2019-07-05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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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사고 당시 차량을 타고 가다 참변을 당한 예비부부
예비신부 부친 “내일모레 결혼할 애가 죽었어요” 오열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서울 잠원동 건물 붕괴사고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무릎을 꿇고 유족들에게 사과하고 있다 / 이하 연합뉴스

서울 잠원동 붕괴사고 당시 차량을 타고 근처를 지나던 예비부부가 참변을 당했다.

지난 4일 예비신랑 황모(31) 씨와 예비신부 이모(29) 씨는 차량을 타고 잠원동을 지났다. 그때 도로 옆에 있는 철거 중 건물이 갑자기 붕괴되면서 날벼락을 맞았다. 무너져 내린 건물 외벽이 예비부부가 타고 있던 차량을 덮쳤다.

이들은 잔해에 깔린 차량에서 4시간가량 갇혀 있다가 구조대에 의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황 씨는 이날 오후 5시 59분쯤 중상을 입은 채 구조됐다. 약 30분 뒤 구조된 이 씨는 결국 숨졌다.

내년 2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는 이날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기 위해 휴가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숨진 예비신부 이 씨 빈소는 서울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이 씨 아버지는 잠원동 사고 건물 철거업체 관계자들이 조문을 오자 분을 참지 못했다.

이 씨 아버지는 "내일모레 결혼할 애가 죽었어요. 공사를 대체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냐"며 "예물을 찾으러 가는데 강남 한복판에서 이게 말이 되냐"며 울부짖었다. 이를 지켜보던 유가족 역시 오열했다.

철거업체 관계자들은 장례식장 1층 로비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채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수차례 반복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안전수칙 준수 여부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할 계획이다.

지난 4일 서울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된 차량을 꺼내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일 서울 잠원동 건물 외벽 붕괴 현장에서 119구조대원들이 매몰된 차량을 꺼내 조사하고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