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가 바랐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태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9-07-22 16:54

add remove print link

김경주 도카이대 교양학부 교수 "한국 제재하면 말 들을 줄 알고 오판"
"한국수출 규제하면 문대통령 지지율 떨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올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 연합뉴스

일본은 한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반일 정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과연 한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기는 하는 것일까. 김경주 도카이대 교양학부 교수가 그렇다고 말했다.

22일 YTN라디오 ‘노형의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한 김 교수는 사회자로부터 ‘(한국 정부가) 일본 때문에 힘들어할 줄 알았더니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계산했던 것하고는 방향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떤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러자 김 교수는 “어느 정도 그 말씀이 맞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불매운동 등 경제적인 문제보다는 정치적인 문제에서 오히려 일본이 영향을 받는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벌어지는)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수출 규제를 단행하려고 했을 때)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것”이라며 “불매운동이 직접적으로 일본 기업에 타격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상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불매운동을 각오하고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김 교수는 “정치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오르는 등 ‘한국이란 나라는 압력을 가하면 어느 정도 말을 들을 줄 알았더니 오히려 반발이 더 강하다’는 인상은 (현재 일본이) 강하게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을 과소평가한 일부 정치 세력이 경제제재를 하면 한국 정부나 국민이 말을 들을 것이라고 생각해 오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최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는 경제를 망가뜨리면 한국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고 판단한 아베 정부의 노림수”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1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4.0%포인트 오른 51.8%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3주차(52.0%) 이후 8개월여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다음은 김 교수 인터뷰 전문.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어제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었습니다. 출구조사 결과와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요. 한일 무역갈등 국면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가 매우 크죠. 일본 현지 연결해서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양학부 교수, 전화로 인터뷰 한 번 해보겠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김경주 도카이도대학 교양학부 교수(이하 김경주): 안녕하십니까.

◇ 노영희: 안녕하세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참의원 선거에 사활을 걸었다. 그리고 또 그 이유가 바로 ‘보통국가’로의 개헌 때문이었다. 이게 바로 전문가들이 분석하는 바인데요. 결과는 어떻습니까?

◆ 김경주: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안정적인 정권 운영에는 성공했고, 헌법 개정에는 실패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선거기 때문에 여러 가지 숫자가 나오는데 자세한 건 놔두고라도 안정적인 정권 운영을 위해서는 과반수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하나의 정설인데요. 이것은 쉽게 이야기하면 크게 과반수를 웃돌았습니다. 과반의석이 62석인데 이번에 71석을 확보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향후 아베 정권이 보다 더 아베 스타일을 내세우면서 강하고 안정적인 정권 운영이 가능해졌다. 이렇게 보실 수 있겠고요. 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2/3 의석, 그러니까 이번 투표에서는 85석을 확보했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81석에 그쳤습니다. 따라서 이렇게 되면 개헌을 위한 발의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인데요. 그러나 아베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워낙 높다 보니까 여론조사에서도 헌법 개정에 찬성한다는 사람이 51%, 그리고 반대한다는 사람이 49%니까 이게 상당히 반반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야당 의원들을 포섭하면서 개헌을 위한 움직임을 계속해 갈 것 같습니다.

◇ 노영희: 무소속 의원들에 대해서 손을 내밀 거다, 이런 이야기도 있던데요. 그런데 어쨌든 투표율은 생각보다 낮았습니다. 어떻습니까

◆ 김경주: 예,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좋게도 볼 수 있고 나쁘게도 볼 수 있는데요. 나쁘게 보자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없다, 이렇게 볼 수 있는 것이고. 또 좋게 보자면 아베 정권이 그만큼 안정적이기 때문에 뭔가 크게 변화를 원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저조한 투표율로 나타났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좋은 현상은 아니죠. 그러나 참의원 선거가 이번에 그렇게 크게 개헌 이슈가 있기는 했지만 대항하는 어떤 이슈가 크게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안정적인 투표였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노영희: 그럼 그동안 이야기된 것은 일본의 젊은이들이 아베를 지지하는 층들이 높다라고 했는데, 지지는 하는데 투표는 안 한다. 이런 이야기가 되나요, 그러면?

◆ 김경주: 그렇죠, 어떤 변화를 원해야만 젊은이들도 투표장에 많이 걸음을 하는데요. 지지는 하는데 지금 상황이 좋지, 더 좋아지길 바라지도 않고 기대하지도 않고, 그러나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아베 정권이 계속해도 된다라는 좀 일본 젊은이들 특유의 현상이 나타나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 노영희: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한일 무역갈등과 관련해서요. 아베 총리가 선거를 앞두고 한국 때리기를 통해서 보수층 결집에 나섰다, 이런 분석이 있었는데요.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봤을 때 아베가 원했던 것만큼의 효과가 나왔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 김경주: 글쎄요, 이번 선거의 최대 쟁점은 역시 헌법 개정 그리고 연금 문제 등 국내적인 문제가 주를 이룹니다. 이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죠. 그래서 외교적인 문제가 이번 선거에서 크게 부각되지는 않았는데요. 어떻든 한국에 대해서 강한 태도를 취함으로써 아베 정권이 강한 나라다. 강한 일본 만들기, 이게 아베의 하나의 프레임이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어느 정도 효과는 있었다, 이렇게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가 참의원 선거용이다, 이렇게만 보기에는 상당히 무리가 있습니다. 지금 말씀드렸다시피 한국에 대한 외교적인 태도가 일본의 유권자들을 움직일 만큼의 큰 이슈는 아니고요. 오히려 그러나 시기적으로 선거 때 내놓은 것은 선거 때가 아니라면 이 문제가 더 부각됐겠죠, 그러면 일본의 어떤 자유무역에 반하는 태도가 더 비판받을 수 있었는데 선거 때가 되면 여러 이슈가 나오기 때문에 거기에 어떻게 생각하면 묻혀서 갈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그런 시점에 내놓은 것이지, 일본 자체는 중장기적인 한국에 대한 정책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보다 더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 노영희: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생각하는 것하고 일본 국민이 생각하는 게 조금 온도 차이가 있나 본데요. 어쨌든 지금 제가 궁금한 것은 그렇다면 일본 국민들은 헌법 개정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렇게 어느 정도 관심을 가지는 걸까. 이건 어떻습니까?

◆ 김경주: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 자체는 아베 정권이 들어선 이후, 근 10년이죠. 10년 넘게 이어져온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국민적인 관심이 높은 건 사실인데 이게 이렇게 아주 강하게 우리나라의 정치권에서 흔히 있듯이 이렇게 달아오르는 식의 관심이 아니라 하나의 국가적인 과제로 지속적으로 관심은 갖고 있는데,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걸 지금 당장 어떤 방향으로 정하는 만큼의 하나의 계기는 없는 셈인 거죠. 중국이라는 나라는 늘 상수로 하나의 위협으로 일본은 인식하고 있는데요. 단기적으로 어떤 적대세력이라는 것을 상정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한국이라는 나라가 요즘 들어서 좀 많이 부각되고 있다. 이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한국에 대한 외교로 인해서 헌법 개정까지 논의가 바로 이어지진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 노영희: 교수님 지금 말씀은 아베 총리가 들고 나온 이번에 한국에 대한 여러 가지 정책 같은 것들이 생각만큼 선거에 영향을 미친 건 아니다, 이런 걸로 해석하면 될 것 같은데.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아베 총리가 원했던 효과, 즉 우리 국민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한다든가, 우리 국민들이 오히려 일본 때문에 힘들어할 줄 알았더니 부메랑이 돼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든가, 이런 식으로 아베 총리가 계산했던 것하고는 방향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나오는데 어떻습니까? 일본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 김경주: 네, 저도 어느 정도 그 말씀이 맞다고 생각하는데요. 먼저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상했을 겁니다. 그러나 불매운동이 있다고 해서 이것이 직접적으로 일본 기업한테 어떤 타격이 되지 못한다는 것도 충분히 예상하고 있는 것 같고요. 그러나 다만 정치적으로 오히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르는 등 한국이란 나라는 압력을 가하면 어느 정도 말을 들을 줄 알았더니 오히려 반발이 더 강하다, 이런 인상은 강하게 갖고 있지 않나 싶은데요. 저는 한일 갈등이 있을 때마다 좀 뭐랄까,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같은 경우에는 일본과 한국의 국력의 차이가 워낙에 강하다 보니까 대립을 하더라도 나중에 어느 정도 그냥 서로 간에 정치적인 타협으로 이게 마무리가 됐었는데요. 이번에 일련의 사태를 보면 한국과 일본의 국력의 차이가 이제 많이 근접한 것은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스스로의 힘에 대해서 너무 과대평가하는 측면이 있다면, 일본은 또 일본대로 여전히 옛날의 기준으로 한국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제제재를 하면 말을 들을 것이다라고 일본의 일부 정치 세력들이 오판했을 가능성은 있죠.

◇ 노영희: 일본은 우리나라를 잘못 생각했네요. 우리나라가 오뚝이인 걸 모르고. 그러면 마지막 질문 드릴 텐데요. 미국의 개입 가능성이 사실 이제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깰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이른바 ‘지소미아’ 폐기 카드인데요. 백악관에서도 좀 반응이 나오는 것으로 보이는데. 볼턴 미 백악관 보좌관이 내일하고 모레, 일본과 한국을 연달아 방문하면서 중재에 나선다. 이런 이야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 있을까요?

◆ 김경주: 글쎄요, 이번에 일본의 수출규제 전략이 나름 잘 짜여졌다고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한국에 대해서 수출규제를 함으로써 그러면 주변국에 어떤 영향이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손해를 보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이번에 한국에 대한 규제를 통해서 오히려 중국 기업은 어부지리를 얻는다, 이런 분석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요. 또한 미국 측에서도 이게 실질적인 기업에 피해라든가 이런 게 있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지금 말씀하신 지소미아, 정보공유협정 같은 것이 만약에 정말 이게 틀어지게 된다면 그것은 미국으로서도 어느 정도는 개입을 할 의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 지소미아 자체가 과연 실질적으로 얼마나 기능하고 있는가. 또한 한국이 정말로 지소미아를 파기할 만큼 이번 조치에 대해서 강하게 반발할 것인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도 아직은 확신을 못 갖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자리를 마련하는 정도는 하겠는데 미국이 정말로 적극적인 개입을 할 단계는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 노영희: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도카이대 김경주 교수 모시고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 짚어봤습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