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한러시아대사관 직원, 음주운전하다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 들이받아

2019-08-13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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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음주 측정 서명 거부하고 현장 이탈하기도
혈중알코올농도 0.289% 만취 수준

주한러시아대사관 직원이 음주운전을 하다 덕수궁 돌담길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경찰의 음주측정 결과 혈중알코올농도 0.289% 만취 수준이었지만 이 직원은 음주운전 서명을 거부하고 현장을 이탈했다.

사진은 충돌 이후 100미터 가량 이동한 위치 / 이하 위키트리 권상민 기자
사진은 충돌 이후 100미터 가량 이동한 위치 / 이하 위키트리 권상민 기자

비가 많이 내리던 지난 12일 밤 9시 40분, 서울 중구 정동길로 진입하려던 진회색 K7 차량이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충돌 당시 큰 사고음이 났고 보닛을 포함한 차량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됐다.

차량은 외교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 운전자는 중년의 백인 남성이었다. 사고 충격으로 안면을 크게 부딪혔는지 얼굴과 셔츠에 많은 피가 묻어 있었다.

하지만 사고 운전자는 차량에서 내리지 않았다. 그대로 100미터 정도 직진해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주차장 입구 옆 화단에 차량을 댔다.

경찰과 구급대원 도착
경찰과 구급대원 도착

오후 9시 45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도착했다. 8분 뒤에는 구급차도 도착했다. 10여 명의 경찰과 구급대원들은 응급처치를 위해 남성에게 차량에서 나올 것을 권했지만 남성은 머뭇거렸다. 설상가상 한국어를 거의 하지 못해 경찰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이 남성은 운전석에서 내렸다. 10시 07분, 경찰은 남성에게 음주측정기를 내밀었다. 혈중알코올농도 0.289%로 만취 상태였다.

응급처치를 마친 구급대원들은 남성을 병원으로 이송해주겠다고 말했지만 남성은 괜찮다며 사고 차량에 다시 탑승했다. 그대로 차량을 운전해서 귀가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엔진이 터질 수도 있다며 막아섰다.

그러는 사이 중년의 백인 남성 두 명이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한국어를 조금 구사할 수 있었다. 사고 운전자 대신 경찰과 대화를 했고 보험사에 전화를 걸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고 운전자와 동료 남성들은 정동길 인근에 위치한 주한러시아대사관 직원이었다. 사고 운전자 직급이 무엇인지 잠시 대화가 오갔지만 의사소통의 어려움과 러시아인들의 비협조로 이 부분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차량과 충돌한 가로수
차량과 충돌한 가로수

10시 49분, 외교 번호판을 단 진회색 소나타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운전자는 즉시 소나타에 옮겨 탔고 이후 차량에서 나오지 않았다. 모든 소통은 러시아 직원들에 의해 이뤄졌다.

경찰은 "술을 많이 마신 것은 맞다"며 사고 운전자에게 음주 측정 서명을 받으려고 했지만 그는 소나타에서 내리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그를 '날인 거부' 처리했다.

11시 01분, 보험회사 직원이 도착했고 3분 뒤에 소나타는 현장을 떠났다. 11시 12분에는 견인 차량이 도착해 사고 차량과 남은 러시아 직원들을 태워갔다. 11시 16분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경찰과 보험사 직원도 철수했다.

위키트리는 당시 러시아 직원들에게 대화를 시도했지만 이들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유튜브, 위키트리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