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마”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 맡았던 형사가 범인에게 한 말

2019-09-19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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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재조명되고 있는 화성연쇄살인사건 담당 형사 편지
“부인과 애들 생일은 몰라도 범행 날짜와 시간, 형태는 외우고 있어”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범인 몽타주 / 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 당시 범인 몽타주 / 연합뉴스

지난 18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986년 발생한 화성연쇄살인사건 유력 용의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이 사건을 재수사하던 경찰이 당시 증거물에서 채취한 DNA와 일치한 대상자를 확인한 것이다.

유력 용의자가 확인된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당시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수사하던 하승균 전 경기경찰청 수사지도관이 그에게 보낸 편지가 재조명되고 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 실제 모델이다.

해당 편지는 직접 용의자에게 보낸 것은 아니다. 지난 2006년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그에 남긴 말이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악마. 난 당신을 이렇게 부른다. 맘에 들지 모르지만 당신의 존재를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10여 년 전에 내가 붙인 이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당신을 만나려고 난 그간 무던히도 애를 써왔다"고 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이제 당신을 잡아도 7차 사건까지는 죄를 물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9차 사건 공소시효도 다음 달로 다가왔고 마지막 10차 사건 공소시효는 내년 4월에 만료된다"라며 "나도 내년(2006년) 6월이 정년이다. 지난(11월) 21일이 현직에서 맞는 마지막 경찰의 날이었다"고 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꼭 내 손으로 수갑을 채우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 수갑도 반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몇 달씩 집에도 안 들어가고 당신을 잡으려고 미친놈처럼 다녔다"라며 "부인과 애들 생일은 몰라도 당신이 저지른 범행 날짜와 시간, 형태는 아직도 외우고 있다"고 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당신을 잡으면 법정에 세우지 않고 내 손으로 처리하겠다고 다짐했었다"면서 "결국 당신을 잡지 못했고 피해자 가족들에게 평생 죄인으로 남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난 요즘 당신이 저지른 범죄에 동생, 딸들이 당하는 꿈을 꾼다"라며 "또, 내일 당장이라도 공소시효가 없어져 후배들이 당신을 잡아들이는 꿈을 꾼다"고 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그래. 난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난 아직 화성에 있고 그만두는 날까진 당신을 찾아다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공소시효만 없다면 내가 없더라도 후배들이 당신을 반드시 잡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도 예전과 다르다"고 했다.

하승균 전 수사팀장은 "부디 나보다 먼저 죽지 말게. 우리 꼭 만나야지. 안 그런가?"라고 덧붙였다.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영화 '살인의 추억' 스틸컷
home 유주희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