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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8 17:58:48 | 미래지

 적어도 2002년 이후 한국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의 요인은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적 대립이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이념적 갈등은 대북 정책, 대미 관계, 국가보안법 등 반공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이슈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되었다.

 

 

최근 들어서는 경제적 차원에서 효율의 강조 아니면 형평의 중시라고 하는,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보다 ‘보편적인’ 형태의 이념적 갈등도 같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이념적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분열과 대립에도 불구하고, 과거 식의 지역주의 갈등보다는 구체적인 정책의 지향성, 정치적 가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이러한 보수-진보 간의 이념적 대립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발생했다. 대북 문제를 두고 본다면, 이제는 어느 하나의 극단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끌고 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인식을 갖게 된 사람들이 많아졌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등 이른바 진보 정부에서 10년간 대북유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핵 개발 억제 등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지도 못한 채 지원만 하는 이른바 ‘퍼주기’도 옳은 방향이 아니지만, 이명박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과 그로 인한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 같은 안보 환경의 불안도 옳은 방향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 가지 방안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형태로 대북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더욱이 대북 정책을 둘러싼 우리 사회 내부의 또 다른 중요한 변화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대북 문제를 둘러싼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궁극적으로 통일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북한과의 결합보다 분단 상태의 지속을 오히려 선호하고 있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이런 태도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보다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제껏 대북 정책을 두고 치열하게 대립해 왔던 보수와 진보의 틀을 넘어서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강원택 교수 (사진제공 : 싱크탱크 미래지)
 
 경제 영역에서의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과거에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간의 대립이었다. 말하자면 경제적 차원에서 이념 갈등은 체제 경쟁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 냉전의 종식으로 이제 자본주의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체제가 되었다.
 
 
한반도 내에서도 남북한 간의 체제 경쟁은 이제 넘을 수 없는 경제적 격차로 인해 그 의미를 잃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최근에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월가 점령 시위’ 등 새로운 경제 질서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와 같이 국가 개입이냐 시장 경쟁이냐 하는 두 가지 대안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말이 되어 버렸다.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이념 갈등의 한 축이 되어 온 박정희 식 경제성장 패러다임도 이명박 정부 기간을 거치면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격렬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을 초래한 대북 정책이나 경제 정책에서 이처럼 과거와는 전혀 다른 환경으로 변모하면서 보수-진보라는 이분법은 이제 별 의미가 없는 것이 되어 버렸다.
 
 
 설사 이러한 이분법적 이념 구분이 여전히 의미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하나의 이념 잣대로 모든 것을 다 판단할 수 없는 세상으로 변모했다. 안철수 교수가 ‘나는 경제에서는 진보이고 안보에서는 보수’라고 말했다는 것처럼, 한 개인의 이념적 태도는 정책 사안마다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보수라서 혹은 진보라서 여러 쟁점 사안마다 모두 일관된 태도를 지닐 것이라는 가정도 잘 못 되었다는 것이다.
 
 
 금년 두 차례의 중요한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이제 그 효력이 다 한 진부한 보수-진보의 이분법적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세력은 결국 외면 받게 될 것이다. 보다 실질적이고 유연한 태도와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가치를 제시하는 정파만이 금년 두 차례 선거를 통해 정치적으로 선택 받게 될 것이다.
 
강원택 교수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키워드 진보,보수,이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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