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몇 마리일지 가늠도 안 돼” 서울 이어 용인서도 발견된 위험 동물
2025-05-0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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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용인시의 한 하천에서 또 다시 생태계 교란종 발견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개체 수 증가
경기도 용인시의 한 하천에서 또 다시 생태계 교란종인 늑대거북이 발견됐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발견되는 늑대거북의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생태계 위협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유튜버 '생물도감'은 경기도 용인 지역 하천에서 늑대거북을 포획하는 과정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생물도감은 "이번엔 경기도 용인에서 발견됐습니다...대체 몇 마리일지 가늠조차 안되네요"라는 제목으로 늑대거북 발견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유튜버 생물도감은 구리의 생태 테마파크에 있던 중 구독자로부터 용인에서 늑대거북이 발견됐다는 제보를 받고 급히 현장으로 이동했다. 제보된 하천은 수심이 얕아 발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했으나, 주간 수색에서는 찾지 못했다. 이후 야간 재탐색을 통해 돌틈에 숨어있던 늑대거북을 최종적으로 포획했다.
포획된 늑대거북은 등갑이 말려 있는 상태로, 사육 과정에서 영양 불균형으로 인한 성장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다. 생물도감 운영자는 최근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유기된 늑대거북이 발견되는 빈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한국 내에서 번식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늑대거북은 북미 원산의 대형 민물거북으로, 강한 턱과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파충류다. 등갑 길이는 30~50cm까지 자라며, 무게가 10kg을 넘는 경우도 많다. 2022년 환경부는 늑대거북을 생태계 교란종으로 공식 지정했으며, 국내 자연생태계에 미치는 위해성이 최고 위험 등급인 1급으로 평가됐다.
국립생태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전국 17개 지역에서 32건의 늑대거북 출현이 공식 확인됐다. 특히 서울의 불광천, 보라매공원, 청계천, 성북천을 비롯해 경기도 수원 만석거, 경남 창원, 전북 익산, 강원도 등 전국 각지에서 발견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생태 전문가들은 늑대거북이 국내에서 번식하게 된 주요 원인으로 기후 적응력, 천적 부재, 다양한 식성과 강한 생존력, 그리고 인간의 무분별한 방생을 꼽고 있다. 늑대거북은 원래 북미 온대기후 지역에 서식하는 종으로, 한국의 사계절 기후에도 잘 적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에 서식하는 거북이라서 한국에 풀려나면 쉽게 적응해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우려되는 점은 늑대거북이 국내 하천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늑대거북은 천적이 거의 없어 자라, 남생이 등 토종 거북과 물고기, 양서류, 조류, 심지어 작은 포유류까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 이로 인해 토종 생물의 개체 수 감소, 생태계 균형 붕괴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생태계 교란종으로 지정된 늑대거북은 학술·교육·전시 목적 외에는 수입, 사육, 양도·양수가 모두 금지된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늑대거북이 도심 인근에서 자주 발견되는 이유는 애완동물로 키우다 유기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외래거북류의 3분의 2가 인구가 많은 도심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으며, 하천이나 논, 저수지 등에서 번식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특히 창원 지역에서는 논과 저수지에서 새끼와 성체가 연이어 발견돼 번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당국은 늑대거북을 발견하면 직접 포획하지 말고, 반드시 지자체나 환경 관련 기관에 신고해 수거 요청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무분별한 방생이나 유기는 법적으로 처벌받을 수 있으며, 생태계 파괴와 인명사고 위험까지 초래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해 환경부와 지자체는 늑대거북 발견 지역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국민 홍보를 통해 외래종 방생의 위험성을 알리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미 전국 곳곳에 퍼진 늑대거북의 개체 수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생태계 교란을 막기 위한 보다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