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엽떡, 오늘은 닭발? 스트레스 풀기위해 매운 음식 매일 먹으면 이렇게 된다

2025-05-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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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닭발·마라탕 등 자극적 음식 중독이 부르는 건강 적신호

“하루에 한 번은 매운 걸 먹어줘야 스트레스가 풀려요.”

매운 음식 마니아들 사이에선 흔한 말이다. 실제로 한국은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매운 음식 애호 국가’다. 매콤달콤한 떡볶이, 불 맛이 살아있는 닭발, 얼얼한 마라탕, 불닭볶음면까지. 배달앱만 켜도 매운 음식 메뉴가 넘쳐난다. 매운맛을 일종의 '해소법'처럼 소비하는 현상이 사회 전반에 퍼지면서, 매운 음식은 이제 단순한 기호가 아닌 일상 그 자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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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있다. 매운 음식을 하루에 한 번꼴로 섭취하는 습관이 지속되면, 우리 몸은 점점 ‘조용한 이상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다. 단순히 속이 쓰리거나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화기계부터 신경계, 피부, 심지어 면역 시스템까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위장 건강’이다. 매운맛의 주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은 위 점막을 자극해 위산 분비를 촉진한다. 적당량은 소화 촉진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잦은 자극은 오히려 위벽을 손상시키고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빈속에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경우, 위염이나 위궤양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소화기학회는 “만성 위염 환자 중 30% 이상이 매운 음식 섭취 빈도가 높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역류성 식도염의 위험도 커진다. 캡사이신은 위장관 운동을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자극해, 위산이 식도로 역류하기 쉬운 상태를 만든다. 증상은 가슴 통증, 속 쓰림, 목 이물감 등으로 나타나며, 이를 단순한 체증이나 감기로 오해하고 넘기다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매운 음식은 장 건강에도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지나치게 매운 자극은 대장의 연동운동을 급격히 촉진시켜 설사를 유발하거나 배변 습관을 무너뜨린다. 장내 유익균보다 유해균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만성적인 장 트러블,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다. 더불어 캡사이신의 잦은 섭취는 항문 주변 피부까지 자극해 치핵 증상이 악화되거나 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피부도 영향을 받는다. 매운 음식을 자주 먹으면 체내 염증 수치가 올라가고 피지선이 자극된다. 이로 인해 여드름, 뾰루지, 홍조 등 트러블이 빈번하게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기존에 지루성 피부염이나 여드름성 피부를 앓고 있는 사람은 매운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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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 건강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매운맛은 일시적으로 아드레날린 분비를 촉진해 심박수를 높이고, 혈압을 상승시킨다. 짜고 기름진 양념과 함께 섭취되는 경우가 많아 나트륨과 포화지방 섭취까지 동반된다. 이 조합은 장기적으로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특히 30~40대부터 혈압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매운 음식의 중독성이다. 매운맛은 통증 자극이지만, 뇌에서는 이 자극을 ‘쾌감’으로 전환해 도파민을 분비하게 만든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이 더 당기고,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해소된 것처럼 느껴진다. 문제는 이런 보상작용이 반복되면 뇌가 매운 자극 없이는 안정감을 느끼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결국 자극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점점 더 강한 매운맛을 찾게 되고, 이는 건강에 더 큰 부담을 준다.

매운 음식은 완전히 끊어야 할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빈도’와 ‘강도’다. 일주일에 한두 번, 적당한 맵기로 섭취하고, 나트륨과 기름기, 탄수화물이 많은 형태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공복에는 피하고, 매운 음식을 먹은 날에는 위를 보호해주는 식재료(우유, 죽, 양배추 등)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당장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아도, 당신의 장과 위는 매일 경고등을 켜고 있을지 모른다. ‘먹고 나면 화장실 가는 게 일상’이라면, 그건 몸이 보내는 구조 요청이다.

home 노정영 기자 njy2228@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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