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서 디카페인 커피에 발암물질 있다던데…한국인들이 공포에 떨던 괴담의 진실

2025-05-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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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가능 물질이지만 커피 제조 공정 중 다 날아가

디카페인 커피가 일반 커피보다 오히려 더 해롭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혼란이 생기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는 '디카페인 커피에 발암물질이 있다'라거나 '콜레스테롤을 높인다', '미국 식품의약청 FDA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발암물질로 지정한다고 들은 것 같다'라는 등의 주장이 반복적으로 공유되며 마치 과학적 사실인 것처럼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에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오해에 기반한 부분이 많다. 디카페인 커피의 실체와 괴담의 진위를 철저히 따져보면 이와 같은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Ushuaia studi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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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에는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일부 단체가 디카페인 커피를 만들 때 염화메틸렌(메틸렌 클로라이드)을 사용하지 못하게 해 달라는 청원을 FDA에 냈다. 국제암연구소는 염화메틸렌을 2B군의 발암 가능 물질로 지정했다. 염화메틸렌은 간과 신장, 중추신경계 독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염화메틸렌을 이용해 디카페인 커피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이 물질을 굳이 사람이 먹는 커피에 넣는 이유는 공정 중 다 날아가기 때문이다. 설령 커피에 남아 있다고 하더라도 극미량만 남아 있는 까닭에 몸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떨까. 우선 한국의 사례를 알아보기 전 디카페인 커피의 제조 과정을 알아보면 이해하기 더 쉽다.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와 마찬가지로 원두에서 추출되지만 카페인만을 제거한 형태다. 보통 카페인의 90~99%가 제거되며 이를 위해 여러 가지 방식이 사용된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은 물을 이용한 '스위스 워터 프로세스(SWP)'다. 이 방식은 커피콩을 물에 담가 카페인을 우려낸 뒤 활성탄소 필터를 통해 카페인을 분리하고 다시 커피콩을 건조하는 공정을 거친다. 이 방법은 화학 용매를 사용하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을 얻고 있다.

두 번째 방식은 염화메틸렌(메틸렌 클로라이드)나 에틸아세테이트 같은 화학 용매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비용이 적게 들고 커피의 풍미를 더 잘 보존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염화메틸렌이 발암물질이라는 점을 들어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FDA는 이 용매가 잔류하는 양을 0.001% 미만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커피 로스팅 과정에서 2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가열되기 때문에 잔여물은 완전히 증발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법적으로 메틸렌 클로라이드 같은 화학 용매를 사용한 디카페인 커피의 수입 및 유통이 금지돼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가 이를 걱정할 이유는 거의 없다.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를 이용한 초임계 또는 액화 방식도 있다. 이 방식은 비교적 안전하며 원두의 맛과 향을 보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한국에서는 주로 물, 주정(에탄올), 이산화탄소만을 사용한 제품만 유통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제품의 라벨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안전한 선택이 가능하다.

Garna Zarina-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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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콜레스테롤 수치에 치명적?

디카페인 커피가 콜레스테롤을 높인다는 주장 미국심장협회가 2005년에 발표한 연구에서 나왔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를 과도하게 섭취한 사람들에게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이는 디카페인 커피에 자주 사용되는 로부스타 원두가 아라비카 원두보다 지방 함량이 높아 체내에서 지방산 생성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 역시 과도하게 디카페인 커피를 섭취한 사람들의 경우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섭취량, 즉 하루 2잔 이하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Valentyn Volkov-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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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 커피, 진짜 카페인 0%도 없을까?

디카페인 커피에는 카페인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로는 소량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디카페인 커피 한 잔(약 180mL)당 07mg 정도의 카페인이 포함돼 있다. 일반 커피가 70140mg 정도의 카페인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한국에서는 90% 이상 카페인이 제거된 커피를 디카페인으로 인정하며 국제 기준은 97%, 유럽연합은 99%까지 제거돼야 한다. 이처럼 디카페인 커피도 엄연히 카페인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며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이 점을 고려해 섭취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런 까닭에 디카페인 커피도 일반 커피와 마찬가지로 항산화 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클로로젠산은 강력한 항산화 성분으로, 세포 손상을 억제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물론 카페인 제거 과정에서 이 항산화 성분이 일부 손실될 수 있는데 최대 15%까지 낮아질 수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디카페인 커피의 건강상 이점도 일반 커피와 유사하다. 디카페인 커피 역시 제2형 당뇨병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하루 한 잔씩 섭취할 경우 당뇨병 발병 위험이 최대 7%까지 감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 밖에도 디카페인 커피는 마그네슘과 칼륨 같은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전해질 균형 유지와 근육 기능 지원에도 도움이 된다. 반면 위산 역류 증상은 일반 커피보다 적게 발생하기 때문에 소화 문제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디카페인 커피가 더 적합할 수 있다.

디카페인 커피는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들, 임산부나 수유부, 수면 장애가 있는 사람들, 특정 약물을 복용 중인 사람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어떤 제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안전성과 효능에 차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가공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수입 제품의 경우 라벨을 꼼꼼히 확인해 화학 용매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아무리 건강에 좋은 성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 2잔 이하로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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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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