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물 아니라 독초, 만지지도 마세요... 씹다 뱉어도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

2025-05-1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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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 먹은 사약... 기묘한 생김새로 사람을 홀리는 독초

봄이면 한국의 산과 들에선 온갖 나물이 고개를 내민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함부로 나물을 뜯어선 안 된다. 나물처럼 보이지만 치명적인 독초가 있기 때문이다. 기묘한 생김새로 사람을 홀리는 천남성은 대표적인 독초다. 조선 시대 때 사약으로 쓰일 만큼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천남성에 대해 알아봤다.

천남성 / 농촌진흥청
천남성 / 농촌진흥청

천남성은 천남성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 중국 동북부, 일본 등 동아시아의 그늘진 숲에서 흔히 자란다. 이름은 남쪽 하늘에 뜨는 별, 천남성(天南星)에서 왔다. 이 별은 양기가 강한 별로 여겨졌는데, 식물의 강한 성질을 빗대어 붙여졌다. 또 다른 이름은 호장(虎掌). 둥근 덩이줄기 주변에 작은 곁눈이 마치 호랑이 발바닥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뱀이 머리를 치켜든 듯한 포의 모양 때문에 사두초(蛇頭草)라는 별칭도 있다.

천남성 / 국립생물자원관
천남성 /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에서는 여러 변종이 발견된다. 남산천남성은 포가 자주색이나 보라색에 흰 줄이 세로로 나 있다. 둥근잎천남성은 작은 잎에 톱니가 없고 포는 녹색이다. 점박이천남성은 줄기에 갈색 반점이 있고 잎이 두 개다. 큰천남성은 잔잎 세 장이 모여 나며, 넓은잎천남성은 손바닥 모양의 잔잎 다섯 장이 특징이다. 섬천남성, 두루미천남성, 무늬천남성은 꽃차례 끝이 채찍처럼 길게 뻗어 포 밖으로 나온다. 이들은 관상용, 약용, 심지어 식용으로도 쓰이지만 독성 때문에 매우 주의해야 한다.

천남성은 키가 15~50cm로 자란다. 줄기는 굵고 육질이며, 알뿌리는 편평한 공 모양이다. 작은 알뿌리가 2~3개 주위에 달리고, 수염뿌리가 사방으로 퍼진다. 줄기는 녹색이지만 자주색 반점이 있는 경우도 있다. 잎은 하나지만 5~11개의 작은 잎으로 갈라진다. 작은 잎은 달걀 모양 또는 바소꼴로,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꽃은 5~7월에 핀다. 단성화로, 포의 통부는 녹색이며 윗부분이 앞으로 구부러진다. 꽃대 상부는 곤봉이나 회초리 모양으로 발달하기도 한다. 열매는 장과로, 옥수수처럼 달려 10월에 붉게 익는다.

천남성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천남성 열매 / 국립생물자원관

천남성의 독성은 악명 높다. 전초, 특히 알뿌리에는 사포닌과 옥살산 칼슘이 함유돼 있다. 이 성분들은 점막을 자극해 강한 아린 맛을 낸다. 심하면 기도와 복부 장기에 부종을 일으킨다. 기도가 심하게 부으면 호흡 장애로 사망할 수도 있다. 2008년 한 남성이 천남성 덩이줄기를 씹었다가 뱉은 적이 있다. 삼키지 않았음에도 입술이 부풀고 혀가 마비돼 말을 못 하는 지경이 됐다. 혀가 구강을 가득 채울 정도로 부어 음식물 삼키기가 불가능한 이 남성은 병원에서 닷새나 치료를 받아야 했다. 천남성 독성이 얼마나 지독한지 잘 보여준다.

조선 시대에는 천남성 뿌리 가루가 사약으로 사용됐다. 숙종 때 장희빈에게 내린 사약이 바로 천남성 뿌리 가루였다. 독성이 얼마냐 지독하냐면 맨손으로 만져도 문제를 일으킬 정도다. 반복 접촉하면 가려움증과 알레르기 반응으로 물집이 생길 수 있다. 염소조차 천남성을 먹지 않을 정도로 독성이 강하다. 섬 지역에서는 염소로 인해 다른 식물이 피해를 입어도 천남성만 무성히 자라는 경우가 있다.

천남성은 식충식물처럼 곤충을 유인해 죽이기도 한다. 일본 교토대 스에츠구 겐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천남성은 버섯파리의 성호르몬을 흉내 내 꽃 속으로 유인한다. 수꽃일 때는 통에 작은 구멍이 있어 파리가 탈출할 수 있지만, 암꽃으로 바뀌면 구멍이 사라진다. 파리는 불염포 안에서 미끄러운 벽을 오르지 못하고 갇혀 죽는다. 이는 가루받이 시간을 늘리거나 경쟁 식물로의 꽃가루 이동을 막기 위한 진화로 추정된다.

천남성은 이처럼 독성이 강하지만 약재로도 쓰인다. 알뿌리에 녹말과 유독성 사포닌이 포함돼 있다. 거풍, 거담, 소종 효과가 있다. 중풍, 반신불수, 안면신경마비, 간질, 임파선종양, 파상풍, 종기 치료에 사용된다. 한방에서는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멎게 하는 데도 쓴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잘못 사용하면 구토, 허탈,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다.

천남성 / 국립생물자원관
천남성 / 국립생물자원관

한국인들은 온갖 나물은 다 먹는 만큼 천남성 순을 먹기도 한다. 어린 순을 오래 끓여 독성을 제거한 뒤 먹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독성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식용을 절대 권유하진 않는다. 구토, 허탈, 심장마비 등 부작용 위험이 크다.

관상용으로는 독특한 생김새와 붉은 열매로 인기가 많다. 꽃말은 ‘보호’, ‘비밀’, ‘여인의 복수’, ‘장대한 아름다움’, ‘현혹’, ‘전화위복’이다.

천남성 / 농촌진흥청
천남성 / 농촌진흥청

천남성은 성전환 식물이란 점에서도 독특하다. 암꽃과 수꽃을 따로 갖는 암수딴그루 식물이다. 하지만 열매를 맺은 개체는 다음 해에 수꽃으로 바뀌거나 꽃을 피우지 않는다. 열매 맺는 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건강 상태에 따라 성을 바꾸며 생존한다. 번식은 구근이나 종자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는 전국 산지의 습지, 그늘진 숲, 풀밭에서 자란다. 특히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 흔하다. 키가 큰 개체는 어른 허리를 넘기도 한다. 180여 종이 동아시아에 분포하며, 한국에는 10개 분류군이 있다. 일본에는 64개 분류군이 분포한다.

천남성은 아름답지만 위험한 식물이다. 숲속에서 마주치면 그 독특한 생김새에 감탄하되 절대 만지거나 먹으려 해선 안 된다. 하늘의 별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게 가장 안전하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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