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1등급 늘었는데 더 혼란스럽다”… 고교학점제에 쏟아지는 우려

2025-05-1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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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택권”의 그늘… 수능과 충돌하는 교육 현실
교실은 바뀌었지만 입시는 그대로… 해법...?

[교육] “1등급 늘었는데 더 혼란스럽다”… 고교학점제에 쏟아지는 우려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교육] “1등급 늘었는데 더 혼란스럽다”… 고교학점제에 쏟아지는 우려 /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세종=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고교학점제'가 전국 고등학교에 적용되며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 사이에서는 제도의 실효성과 방향성에 대한 혼선과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한 1학년 학생들은 고교학점제의 정식 적용을 체계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첫 학년으로, 학사 운영의 변화에 따른 교육 현장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고, 일정 기준을 충족해 학점을 취득한 뒤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하는 방식이다. 대학처럼 개별 시간표를 구성하고 이수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기존 고등학교 교육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현행 대입 체계, 특히 수능 중심의 구조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데 있다. 수능은 여전히 전국 단일 시험과 제한된 과목 출제로 대학 입시를 치르며, 고교학점제가 강조하는 다양한 선택과목이나 개별학사 운영은 실질적인 입시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학생과 학부모는 선택과목을 어떻게 구성해야 유리한지 알 수 없어 ‘길을 잃었다’는 반응도 나온다.

《교육비평 제41호》에 실린 이현 교수의 비판적 논문에 따르면,이미 한국 고등학교는 국어·영어·수학 같은 주요 교과 수업 시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적은 편인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이처럼 꼭 필요한 기초 지식 과목의 수업 시간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그는 “제도는 무늬만 학점제에 불과하며, 대학진학 준비 교육기관으로서의 일반고의 정체성마저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같은 제도적 충돌은 실제 현장에서의 혼선으로 이어진다. 고교학점제는 기존과 달리 졸업 요건, 이수 기준, 평가 방식, 시간표 운영 방식, 수업 공간까지 전반적으로 바뀐다. 졸업을 위해서는 교과 174학점과 창의적 체험활동 18학점을 합쳐 총 192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단순 출석이 아닌 ‘출석률 2/3 이상 + 학업성취율 40% 이상’이 이수 조건으로 적용된다.

내신 평가도 바뀐다. 기존 9등급제가 아닌 상대평가 5등급제가 도입되면서 1등급 인원이 대폭 늘어났지만, 정작 입시에서는 어느 등급이 유리한지 명확하지 않아 학생과 교사 모두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예컨대 상위 10%가 1등급, 누적 34%까지가 2등급으로 분류되며, 기존 2등급 학생들도 1등급으로 끌어올려진다. 그러나 상대평가라는 구조 자체는 유지되므로 대학 입시에서의 변별력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자료사진> / 뉴스1
고교학점제에 따른 수업이 진행되는 교실<자료사진> / 뉴스1

개별 시간표 운영으로 인해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별 시간표가 달라지고, 일부 과목은 인근 학교나 온라인을 통해 수강하게 되면서 학습 공간도 확장된다. 하지만 지역과 학교별 격차로 인해 이러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소규모 학교나 농어촌 학교에서는 다양한 과목 개설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고교학점제는 결국 기존 대학입시 체계를 전제로 한 교육 방식과 병존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혼란은 불가피하다. 한 교육 전문가는 “수능 체계를 바꾸지 않고 고교학점제만 도입하면, 학생과 학부모는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선택의 부담만 지게 된다”고 말했다.

세종시에서 27년째 입시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한 교육전문가는 “고교학점제가 실질적으로 안착하려면 수능 과목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며, “학점제에 맞는 대입 평가 방식, 교사 전문성 강화, 지역 간 교육 자원의 격차 해소 등 여러 과제가 동시에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지금처럼 수능과 학점제가 따로 노는 구조에서는 학생 혼란만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home 양완영 기자 top0322@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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