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공만한 눈알, 길이 최대 7m의 괴물…100년만에 포착돼 난리 난 '동물'
2025-05-14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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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미스터리, 생생한 영상으로 밝혀진 비밀
심해의 신비가 또 한 번 세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정체불명의 거대 오징어로 불리던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가 무려 100년 만에 살아있는 상태로 포착돼 학계는 물론 전 세계 해양 생물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는 최근 남대서양 남극 근처 사우스 샌드위치 제도 인근 해역에서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의 생생한 모습을 영상으로 담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촬영된 개체는 몸길이 약 30cm에 불과한 유어였지만, 연구진은 이를 "실질적인 생태 관찰의 출발점"이라 평가했다. 심해를 유영하는 모습이 포착된 건 이번이 '최초'다.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는 이름처럼 심장 모양의 지느러미를 갖고 있으며, 최대 길이 7m 이상, 몸무게는 600~700kg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심해 거대종이다. 외형은 굵은 몸통에 비해 짧은 촉수, 갈고리 모양의 다리 구조, 무엇보다 농구공보다 큰 눈 등이 특징이다. 이 거대한 눈은 포식자인 향유고래를 피하고, 암흑의 심해에서 먹이를 포착하기 위한 진화의 결과로 알려져 있다.

(영상 출처 : 미국 슈미트 해양연구소)
최초 발견은 1925년 향유고래 위장에서 촉수 조각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이후 수차례 사체나 일부 부위가 발견되긴 했지만, 살아 있는 개체가 자연 서식지에서 관찰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 종은 그 생태나 습성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심해의 미스터리였다.
이번에 포착된 유어는 투명한 몸체와 갈색 반점을 지니고 있었으며, 수심 약 600m에서 발견됐다. 뉴질랜드 오클랜드공대의 생물학자 캣 볼스타드 교수는 "성체는 이보다 훨씬 더 깊은 수심인 2000m 이하에서 활동할 것"이라며 "유어기 동안은 포식자로부터 감지되지 않도록 투명한 외형을 유지하다가 성장이 완료되면 불투명한 색으로 변하며 심해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는 대왕오징어와 종이 다르다.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의 주서식지는 남극을 둘러싼 남반구 해역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심해에서 보내며 간혹 낚싯배에 걸려 표면으로 올라오는 경우가 보고된 바 있다.

2007년 뉴질랜드 로스 해 수심 1500m에서 발견된 개체는 냉동 보존 후 현재 테 파파 통가레와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당시 측정된 무게는 495kg, 정확한 길이는 촉수 포함 4.2m였으며, 해동 과정에서의 수축을 고려하면 실제 크기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됐다. 이 표본은 남극이빨고기를 사냥하다가 어업망에 걸려 포획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전문가들은 이 오징어로 오징어링을 만들 경우 그 크기가 트랙터 타이어만 할 것이라는 비유를 들기도 했다.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는 일반적인 두족류처럼 뇌가 식도 옆에 위치해 있어 과도하게 큰 먹이를 삼킬 경우 뇌 압박으로 사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소 동위원소 분석 결과, 해당 종은 남극 생태계에서 상위 포식자에 가까운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이 오징어가 단백질 비중이 높은 생물을 주로 포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100년에 걸친 추적 끝에 마침내 살아있는 모습이 포착된 남극하트지느러미오징어. 이번 발견은 단순한 생물 포착을 넘어, 심해 생태계에 대한 인간의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 괴생물의 존재는 인간이 아직도 바다의 절반도 모른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