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에선 소나 말이 이걸 먹고 죽기도…전국에 널린 '이 풀', 사실 엄청난 독초였다

2025-05-16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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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지만 위험한 들판의 독초

봄부터 초여름까지 들판을 노랗게 물들이는 익숙한 풀, '미나리아재비'. 누구나 한 번쯤은 산과 들, 논두렁이나 밭둑에서 본 적 있는 이 풀은 보기에는 한없이 평화롭고 화사하지만, 의외로 위험한 식물이다. 전국 어디서나 쉽게 자라며, 꽃잎에 윤이 날 정도로 밝은 노란색을 띠어 사람의 시선을 끌지만, 그 안에 감춰진 정체는 '독초'다.

미나리아재비. / 국립수목원
미나리아재비. / 국립수목원

미나리아재비는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는 50~70cm 정도까지 곧게 자라며, 잎은 3~5갈래로 깊게 갈라지고 전체에 흰 털이 나 있다. 봄철인 5~6월이면 노란색 꽃을 피우며, 수많은 암술과 수술이 중심에 밀집되어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국의 햇볕 잘 드는 들판이나 풀밭, 논두렁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중국, 일본, 대만 등에도 분포한다.

이 풀의 가장 주의할 점은 바로 강한 독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나리아재비는 전초에 '프로토아네모닌'이라는 유독 성분을 지니고 있는데, 이 물질은 식물이 손상되었을 때 활성화돼 독성을 발휘한다. 피부에 닿으면 수포가 생기거나 염증 반응이 나타나며, 생초를 잘못 먹을 경우 구토, 복통, 설사, 경련, 호흡곤란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심할 경우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독성을 지닌 셈이다.

서양에서도 미나리아재비는 오래전부터 경계 대상이었다. 유럽과 북미 등지에서는 소, 말, 양 등 가축이 이 풀을 먹고 중독돼 폐사한 사례가 보고된 적 있다. 특히 이 풀은 가축이 굶주려 다른 풀을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쉽게 먹게 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반복됐다. 건초로 말리면 독성이 어느 정도 줄어들지만, 생초 상태에서는 극히 위험하다.

놀라운 점은 이런 독초가 한국 전역에 걸쳐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강원도 산간부터 남부 저지대까지,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으며, 꽃이 예뻐 일부에서는 관상용으로 심기도 한다. 그러나 이 풀을 만질 경우 맨손으로 함부로 다루지 말아야 하며, 특히 아이들이 채집하거나 손에 넣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미나리아재비. / 국립수목원
전국의 산과 들에 흔하게 자라는 여러해살이풀, 미나리아재비. / 국립수목원

중국에서는 이 식물을 항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약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조심스럽게 추출하고 가공했을 경우에 한정된다. 일반인이 직접 채취해 약으로 사용하거나 민간요법에 활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형태적으로도 헷갈리기 쉬운 다른 들풀과는 차이가 있다. 미나리아재비는 잎이 3~5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꽃잎은 5장이며 윤기가 있고, 꽃받침보다 2배가량 길다. 꽃 중심에 암술과 수술이 빼곡히 자리 잡고 있으며, 꽃이 지고 나면 별사탕 모양의 열매덩이가 생긴다. 줄기에는 흰 털이 밀생하며 속이 비어 있는 점도 특징이다.

생태적으로는 습한 양지에서 잘 자라며, 번식력도 강하다. 종자 외에도 뿌리에서 번식이 가능해 한 번 자리를 잡으면 주변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이 때문에 농지 주변이나 산책로, 논두렁 등 사람이 자주 지나는 곳에서도 쉽게 발견된다.

가까이 두고도 그 위험성을 모르고 지나치는 미나리아재비. 그저 꽃이 예쁘다고 손에 쥐거나 채취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이 야외 체험 활동 중 이 식물을 만지는 일이 없도록 지도해야 하며, 가축을 방목하는 지역에서도 해당 식물의 자생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만만하지 않은 이 풀은, 자연이 주는 또 하나의 이면을 보여주는 존재다. 아름다움 뒤에 숨은 위험, 미나리아재비는 우리가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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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권미정 기자 undecided@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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