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억 마리 사라졌다…채소, 과일값까지 흔든다는 멸종 위기 동물

2025-05-20 11:16

add remove print link

오늘 (20일), UN이 정한 세계 벌의 날

식량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곤충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연꽃에 날아든 꿀벌 / 뉴스1
연꽃에 날아든 꿀벌 / 뉴스1

최근 국내 양봉농가에서 꿀벌의 대규모 감소가 확인되면서 농업 현장에 비상이 걸렸다. 일부 지역에서는 벌통당 벌의 수가 예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꿀벌은 주요 농작물의 수분을 담당하는 핵심 매개자로, 감소 현상이 지속될 경우 작물 수확량 저하와 가격 상승 등 식량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463개 양봉 농가를 대상으로 월동 전후 벌통 내 착봉률을 비교한 결과, 평균 감소율은 24.9%로 나타났다. 특히 충청북도는 57개 농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 감소율이 32.7%에 달했다.

이러한 꿀벌 실종 사태는 양봉업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다. 채밀량이 예년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벌통 한 개 가격은 15만 원에서 40만 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꿀 생산량 감소는 소비자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이른바 ‘꿀맛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경북 성주처럼 참외 주산지로 알려진 지역은 올해 수확에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해당 지역 참외하우스의 약 80%가 꿀벌 수분에 의존하고 있어, 꿀벌 감소가 직접적인 농사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 꿀벌이 사라지면 농업과 생태계는 어떻게 될까

꿀벌 / Uellue-shutterstock.com
꿀벌 / Uellue-shutterstock.com

꿀벌은 단순한 벌이 아니다. 꽃가루를 옮겨 농작물의 수정을 돕는, 생태계의 핵심 매개자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작물 중 71%가 꿀벌의 수분 작용에 의존하고 있다. 아몬드, 사과, 복숭아 등 대부분의 과일류는 꿀벌이 없으면 열매를 맺지 못한다.

꿀벌 수분에 의존하는 농작물의 경제적 가치는 어마무시하다. 꿀벌의 실종은 단지 꿀 생산이 줄어드는 차원을 넘어, 채소와 과일 생산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식탁 물가에도 큰 파장을 미친다.

이와 관련해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단지 곤충 하나의 멸종이 아니라, 식량과 생태계를 지탱하는 연결 고리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꿀벌 한 마리가 평생 일해서 채집하는 꿀의 양은 한 숟가락 분량도 되지 않는다. 일벌은 하루 평균 8회에서 많게는 16회까지 꿀을 모으고, 한 번에 100송이 이상의 꽃을 들러야 0.02~0.04g의 꿀을 채취할 수 있다. 이처럼 한 방울 한 방울의 꿀은 수천 마리 꿀벌의 노고로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 꿀벌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소통하나

꿀벌은 일벌, 수벌, 여왕벌로 구성돼 있다. 벌집 안에는 보통 3만 5000마리 정도가 살고 있으며, 일벌은 꿀을 모으고 새 여왕벌을 선택하는 결정권을 갖는다. 수벌은 여왕벌과의 번식이 유일한 역할이다. 짝짓기 이후 대부분은 생을 마감한다. 여왕벌은 벌집에서 단 한 마리만 존재하며, 하루 최대 2000개의 알을 낳는다.

벌 집위에 있는 꿀벌들  / Simol1407-shutterstock.com
벌 집위에 있는 꿀벌들 / Simol1407-shutterstock.com

꿀벌은 독특한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한다. 원형 춤과 8자 춤 등 다양한 몸짓으로 동료들에게 먹이 위치를 알리며, 춤의 속도와 방향은 거리와 방향을 나타낸다. 꿀벌이 떼 지어 이동하는 ‘스웜’ 현상은 새로운 여왕벌이 벌집을 떠날 때 관찰된다.

벌의 눈은 자외선 편광을 감지해 태양을 기준 삼아 방향을 잡는다. 낮뿐 아니라 해가 진 후에도 이전의 이동 경로를 기억하며 위치를 찾아간다. 꿀벌의 생존 능력은 생물학적으로도 정교하고 체계적이다.

◈ 꿀벌 보호 위해 도시까지 나선다

꿀벌이 사라지는 주요 원인으로는 기후변화, 먹이 식물 부족, 질병과 천적의 증가가 꼽힌다. 꿀벌은 온도에 민감해, 벌통 내부 온도가 28~30도를 유지해야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 말벌과 응애, 개미, 잠자리 등 다양한 천적도 꿀벌 생존을 위협한다.

이러한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꿀벌 보존에 나서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벌통 내부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스마트 벌통을 개발해 보급 중이다. 기업도 발 벗고 나서, 도시 내 토종 꿀벌 서식지를 조성하고 밀원 식물 확충에 나섰다. 한 민간 기업은 토종벌 100만 마리를 시작으로 매년 개체 수를 두 배 이상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세계 벌의 날인 5월 20일은 슬로베니아의 양봉 선구자 안톤 얀사의 생일을 기념해 유엔이 제정한 날이다.

이날을 맞아 각국은 꿀벌 보호를 위한 캠페인과 교육 활동을 펼친다. 꿀벌은 대한민국 축산법상 유일하게 가축으로 분류된 절지동물이다. 이는 꿀벌이 생태계뿐 아니라 경제와 식량 산업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실이다.

home 김지현 기자 jiihyun1217@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