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들었을 때 나를 돌봐줄 사람' 1위는 자녀도, 배우자도 아니다

2025-05-2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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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돌봄, 전문인력에게 맡긴다
익숙한 공간에서 마지막을 보내고 싶다는 바람도 커

국내 40세 이상 성인 10명 중 4명은 노후에 건강이 악화될 경우 요양보호사 같은 전문 돌봄 인력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녀가 돌봄을 맡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4%에 그쳐, 세대 간 돌봄 책임에 대한 기대가 크게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재단법인 돌봄과미래가 21일 공개한 ‘지역사회 돌봄 인식과 수요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고령화에 대비한 돌봄에 대한 시각 변화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40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돌봄통합지원법)’을 앞두고 국민의 인식과 요구를 파악하기 위해 실시된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buritora-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buritora-shutterstock.com

돌봄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을 때 누구에게 의존할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39%는 ‘요양보호사 등 전문 인력’이라고 답했다. 이어 ‘배우자’가 35%, ‘본인 스스로’가 21%로 뒤를 이었다. ‘자녀’라고 답한 응답자는 4%에 불과했다.

눈에 띄는 점은 배우자에 대한 돌봄 기대에서 남녀 간 인식 차이가 컸다는 것이다. 자신이 아플 경우 배우자가 돌봐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남성 49%, 여성 22%로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반면 여성은 요양보호사(48%)나 자신 스스로(23%)가 주체가 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이는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돌봄의 책임을 자기 몫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희망하는 돌봄 거주 형태에 대한 질문에서는 절반 가까운 47%가 ‘현재 거주 중인 집’을 꼽았다. 이어 32%는 ‘돌봄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사회 내 주거시설’로의 이주를 원했고, ‘노인복지시설’ 입소를 희망하는 비율은 7%로 가장 낮았다. 김용익 돌봄과미래 이사장은 “삶의 마지막 시기를 낯선 시설이 아닌, 익숙한 공간에서 보내고 싶어 하는 수요가 뚜렷하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사회적 관계망에 대한 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자녀 등 가족과 주 1회 이하로 드물게 연락하는 비율이 49%에 달했으며, 자주 교류하는 이웃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20%에 그쳤다. 긴급 상황 발생 시 가족 이외에는 도움을 청할 사람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40%로, 사회적 고립에 대한 우려가 높게 나타났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고독사 가능성에 대한 인식은 혼인 여부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미혼자의 87%가 고독사의 가능성에 동의한 반면, 기혼자의 동의율은 52%로 낮았다. 임종을 맞이하고 싶은 장소로는 ‘자택’이 48%로 가장 많았으나, 실제 임종 장소로 예상되는 곳은 ‘종합병원’이 2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돌봄서비스의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85%가 ‘국가’라고 답해 공공 책임의식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지원이 가장 필요한 분야로는 ‘건강관리 및 의료 서비스’가 꼽혔으며, 노인 돌봄 정책 중 최우선 과제로는 ‘자부담 경감’이 지목됐다.

한편 최근 1년간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응답자 중 간병을 가족이나 친척, 지인이 무급으로 맡은 경우는 51%로 절반 이상이었다. 반면 전문 간병인을 고용한 비율은 7%에 그쳤으며, 이들에게 지불한 하루 평균 간병비는 약 15만 원이었다. 노인 돌봄을 위한 세금 지출 확대에 대해서는 85%가 찬성 의사를 밝혔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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