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아니어도 대법관 된다…민주당, 30명으로 증원 추진

2025-05-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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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과 덕망' 기준 새로 만든 민주당
법조계 “실무능력 없는 대법관 현실화”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 뉴스1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전경. / 뉴스1

이재명 자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벼르는 더불어민주당이 변호사 자격이 없는 비법조인도 대법관으로 임용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이런 방식으로 대법관을 최대 30명까지 단계적으로 증원하겠다는 구상이다.

23일 중앙일보가 입수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범계 민주당 간사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은 대법관 자격을 대폭 완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은 대법관의 자격을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출신 공공기관 내 법률 담당자 ▶변호사 출신 법학 계열 교수 가운데 각각 20년 이상 일한 사람으로 한정한다. 개정안엔 “학식과 덕망이 있고 각계 전문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하며 법률에 관한 소양이 있는 사람”이란 자격이 추가 신설됐다. 변호사 자격이 없어도 대법관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박 의원은 “대법관의 임용 자격을 확대해 소수 엘리트 고위 법관 위주의 대법원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 경력,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대법원에 진입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대법원 구성을 오픈하면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반영하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라고 취지를 밝혔다.

개정안은 또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의 수를 기존 14명에서 30명까지 증원한다. 이 가운데 최대 3분의 1(10명)을 변호사 자격이 없는 이들로 채운다는 내용이다.

법 시행에 따라 지금보다 늘어나는 대법관 16명은 부칙을 통해 법 시행 이후 ▶1년 경과 후 8명 ▶2년 경과 후 8명 등 순차적으로 늘리도록 했다.

대법원이 지난 1일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이후 민주당은 이미 대법관 증원을 골자로 한 법안을 ‘30명 증원안’(2일, 김용민 안) ‘100명 증원안’(8일, 장경태 안) 등 두 차례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구체적 증원 로드맵과 자격 요건 완화까지 더해진 완결판이다.

매체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은 대체로 대법관 자격을 엄격하게 요구한다. 영국은 최소 15년 이상의 변호사 경력, 독일은 법관 자격이 있는 자로 한정한다. 미국은 대법관 자격을 헌법이나 법률에 따로 명시하지 않지만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대법관이 된 사례는 없다.

정치권력의 ‘법조계 손보기’라는 비판이 예상된다.

한 중견 변호사는 "사법부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는 이해하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대법관은 단순한 상징직이 아니라 법률 해석의 최종 권위자"라며 “법률 실무 경험이 없는 인사가 다수 포함될 경우, 판결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단지 ‘변호사 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모두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법적 소양을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는 실무적 난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 각계 인사 중에도 법률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 있을 수 있지만, 임용의 기준과 투명한 검증 절차가 없다면 오히려 대법원의 신뢰성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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