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 빛낸 ‘에이스’ 신유빈...금의환향 후 남긴 뜻밖의 한 마디
2025-05-27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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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카타르 도하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마치고 귀국한 대표팀
현정화 이후 32년 만에 세계선수권 '멀티 메달' 획득한 신유빈

32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멀티 메달이라는 쾌거를 이룬 한국 탁구의 간판 신유빈(대한항공)이 금의환향하며 남긴 이 한 마디가 팬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개인 성과보다는 실력 향상에 방점을 찍은 ‘에이스’의 소신 발언은,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2025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남녀 국가대표팀이 2개의 메달을 수확하고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대회는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카타르 도하에서 열렸으며, 오상은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과 석은미 감독이 이끄는 여자 대표팀이 참가했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혼합복식과 여자복식에서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특히 신유빈은 두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내며 한국 탁구사에 다시 한번 이름을 남겼다.
신유빈은 혼합복식에서 임종훈(한국거래소)과 호흡을 맞췄다. 이들은 준결승에서 중국의 강호 왕추친–쑨잉사 조를 상대로 0-3으로 완패했으나, 세계선수권 규정상 3~4위 결정전을 치르지 않고 공동 3위에게 메달이 수여되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로써 신유빈-임종훈 조는 세계선수권에서 첫 메달을 수확하며 혼합복식의 새로운 희망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자복식에서는 새로운 파트너 유한나(포스코인터내셔널)와 짝을 이뤘다. 전지희의 은퇴 이후 새로운 조합으로 나선 두 선수는 뛰어난 호흡을 보여주며 4강에 진출했다. 그러나 준결승에서 루마니아의 베르나데트 쇠츠–오스트리아의 소피아 폴카노바 조에 2-3으로 석패해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세트 스코어 2-3은 아쉬웠지만, 신유빈과 유한나에게는 다음 대회를 기약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됐다.
신유빈의 이번 대회 성과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한국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복수의 메달을 획득한 것은 1993년 스웨덴 예테보리 대회 이후 32년 만이다. 당시 현정화 현 대한탁구협회 수석부회장(한국마사회 감독)은 여자단식 금메달과 혼합복식 은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남자 선수를 포함하면 2017년 독일 뒤셀도르프 대회에서 이상수(삼성생명)가 남자단식과 복식 동메달을 따낸 이후 8년 만의 멀티 메달이다.
2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고 입국장에 들어선 신유빈은 밝은 표정으로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들이 준비한 꽃다발을 받아들었다. 선수단을 마중 나온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실무부회장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은 곧 한국탁구 부흥의 토대”라며 “열심히 뛰어줘서 고맙다. 우선은 푹 쉬고 다시 시작하자”고 격려했다.

신유빈은 공항 현장에서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돌아왔기에 더욱 값진 성적”이라며 “내 노력에 대한 믿음이 생긴 대회였다. 앞으로 계속 더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2년 만의 멀티 메달에 대해 묻자 그는 “대단한 (현정화) 감독님을 옆에서 따라갈 수 있어서 기쁘다. 하지만 기록보다는 경기력을 더 높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다음을 내다보는 신유빈 특유의 ‘성장형 마인드’를 드러낸 대목이다.
한편 올해 처음으로 국가대표에 발탁돼 혼합복식 동메달이라는 성과를 낸 유한나 역시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아시안게임 등 다음 대회를 위해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대회는 세대교체와 함께 기량의 다변화를 꾀하던 한국 탁구에 큰 자신감을 안겨줬다. 특히 신유빈과 같은 차세대 리더가 기록보다 경기력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팀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표팀 선수들은 귀국 후 각 소속팀으로 복귀해 짧은 휴식을 취한 뒤, 국내외 대회 출전을 준비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