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놀랐다…국내서 무려 12마리 태어난 ‘멸종위기 동물’ 정체

2025-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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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시작으로 4월부터 암컷 6마리와 수컷 5마리 연이어 탄생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

최근 강원도 양구에 위치한 ‘산양·사향노루증식복원센터’에서 국내 자연생태계 보전과 직결되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인 산양이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12마리의 새끼를 출산했다는 것이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 기록이자, 국내 산양 복원 역사상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받는다.

산양. 자료 사진 / Marinecat268-Shutterstock.com
산양. 자료 사진 / Marinecat268-Shutterstock.com

해당 소식을 전한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총 12마리의 새끼 산양이 센터 내에서 태어났으며, 이는 평년 10마리 안팎으로 태어나던 것보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아직 출산을 앞둔 암컷 개체들이 있어, 향후 2~3마리의 추가 출산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한겨울인 1월에 암컷 새끼 산양이 출산된 사례다. 산양은 일반적으로 5~6월 사이 따뜻한 기후에 새끼를 낳는 종으로, 겨울철 출산은 매우 드물다. 센터 관계자는 “혹한 속 출산은 산양의 번식력 회복 가능성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며 “특히 지난해 기후 악화로 많은 개체가 폐사한 상황에서 생명 탄생 소식은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1월에 태어난 첫 개체(관리번호 25-0번)를 시작으로, 이후 4월부터는 암컷 6마리와 수컷 5마리가 연이어 태어났다. 현재 이들 새끼 산양은 모두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으며, 출산한 어미들도 양호한 상태를 유지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태어난 새끼 산양(오른쪽) / 연합뉴스, 양구군 제공
올해 태어난 새끼 산양(오른쪽) / 연합뉴스, 양구군 제공

조재운 센터장은 "산양의 안정적인 번식은 곧 생태계 건강의 지표"라며 "새끼 산양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산양의 특성과 서식지의 정밀한 연구를 이어가며 번식 기반을 더욱 안정적으로 조성하겠다"고 전했다고 연합뉴스 등은 알렸다.

산양(Naemorhedus caudatus)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생물 Ⅰ급으로 보호받는 야생 동물이다. 소과에 속하는 발굽동물로, 계통진화학적으로 조상 형질을 가장 많이 간직하고 있어 ‘살아 있는 화석’으로도 불린다. 전 세계적으로는 단 4종의 산양만이 남아 있으며, 모두 국제적으로 보호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약 1,000마리 내외의 산양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약 230여 마리가 양구 민간인통제선 일대를 중심으로 서식해 양구는 국내 최대 산양 서식지 중 하나로 꼽힌다.

양구 산양·사향노루센터는 2007년 양구군과 국가유산청의 협력으로 설립돼 지금까지 92마리의 산양을 구조하고, 100마리를 증식, 이 중 57마리를 자연 방사한 바 있다. 현재 센터에는 올해 태어난 12마리를 포함해 총 48마리의 산양이 보호·관리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2월 14일 강원 인제와 고성 사이 진부령에서 멸종위기 I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1마리가 목격됐다. 기사와 무관 / 뉴스1
지난 2020년 12월 14일 강원 인제와 고성 사이 진부령에서 멸종위기 I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 1마리가 목격됐다. 기사와 무관 / 뉴스1

산양은 일반적으로 10~11월 교미 후 7개월의 임신 기간을 거쳐 다음 해 5~6월 한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보통 1회 출산에 1마리만 낳으며, 드물게 2마리를 낳는 사례도 보고되지만 번식률 자체는 매우 낮다. 이처럼 낮은 번식률과 서식지 감소, 기후 위기 등 복합적인 요인이 맞물리며 산양은 멸종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유튜브, 국립생태원

외형상 산양은 염소보다 크며, 몸길이 약 82~130cm, 체중은 22~35kg이다. 겨울털은 회황갈색이고 머리는 짙은 황색, 뺨은 검고 목에는 흰 반점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암수 모두 뿔이 있으며, 활처럼 뒤로 굽어져 있다.

특이한 점은 산양속(Naemorhedus) 동물은 소과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분비샘(顔腺)이 없다는 점으로, 이는 일반적인 소과 동물과 구별되는 진화적 특징이다.

지난 2018년 7월 서울에서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기사와 무관 / 뉴스1
지난 2018년 7월 서울에서 멸종위기종 1급인 산양이 처음으로 발견됐다. 기사와 무관 / 뉴스1

멸종 위기 동물 복원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2007년 월악산에 산양 10마리를 방사하며 본격적인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생태 모니터링과 방사 후 정착률 분석 등을 병행해 왔다. 복원에는 막대한 비용과 전문 인력이 필요한 만큼, 멸종 이후가 아닌 멸종 이전의 보전과 개체 수 유지가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올해 양구에서 이룬 산양의 다산 사례는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는 자연 복원 사업이 장기적인 인내와 정밀한 관리 속에서 충분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사례로, 백두대간을 따라 야생 산양이 다시 뛰노는 미래에 한 발 더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산양 / 연합뉴스
자연으로 돌아가는 산양 / 연합뉴스
home 김희은 기자 1127khe@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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