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쌓인 골드바로 수익 내보세요” 하나은행 '골드신탁(운용)' 서비스
2025-07-0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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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때 '금 모으기'서 착안한 상품

1997년, 대한민국은 IMF 외환위기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싸였다. 국가 경제가 흔들리는 위기 속에서 국민들은 장롱 속 금(金)을 꺼내 들었다. 약 351만명이 참여한 '금 모으기 운동'은 227톤의 금을 모으며 나라를 구하는 데 일조했다. 이 감동적인 장면은 해외 언론이 앞다퉈 보도할 정도로 세계를 놀라게 했고, 금은 단순한 귀금속을 넘어 신뢰와 희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하나은행이 그 정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하나은행은 금을 맡기면 만기 때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돌려주는 ‘하나골드신탁(운용)’ 상품을 다음 달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앞서 하나은행은 갖고 있는 금 실물을 은행을 통해 안전하게 유동화할 수 있는 '하나골드신탁'을 지난 6월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과 협약을 맺고 출시한 바 있다.
고객이 하나은행 점포를 방문해 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금 실물을 맡기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이 제공하는 감정 결과를 모바일로 받아본다. 감정 결과를 확인한 후 금 실물의 처분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
하나은행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다음 달에는 금 실물을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을 론칭하는데, 그것이 바로 '하나골드신탁'의 후속작인 '하나골드신탁(운용)'이다.
하나은행이 준비 중인 ‘하나골드신탁(운용)’은 막연한 가격 상승 기대감에 금 실물을 집안에 보유하는 고객을 겨냥했다. 이 상품은 고객이 갖고 있는 금을 팔지 않고 특정 기간 은행에 맡기는 형태로 △분실·보관 부담 감소 △안정적인 운용을 통한 수익 △만기에 금 실물 수령 등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고객은 장롱 속에 보관해 오던 금을 굴려 이익을 얻고, 시장은 실물 공급 확대로 거래가 활발해지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금 보유량은 약 800톤에 달한다. 국내 주얼리 전문기관인 월곡주얼리산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이는 국민 1인당 평균 약 15g의 순금(24K)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전국 19~59세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금 시장 투자 관련 인식 조사'에서는 74.3%가 '금은 언젠가 이득을 볼 자산'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이들이 금을 장롱 속에 보관하며 가격 상승만 기다릴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못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나은행의 이 서비스는 이 문제를 해결한다.
이 서비스의 핵심은 금 실물의 선순환 구조다. 고객이 보유한 금은 하나은행을 통해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으로 전달되고, 이는 다시 금 거래 시장으로 흘러간다. 이 과정에서 금 실물 공급이 확대되며 시장 유동성이 개선된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자산 운용을 넘어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든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고객에게는 무수익 자산이었던 금을 수익 창출의 도구로 바꿔주고, 자본 시장에는 높은 유동성을 제공한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금은 오랜 기간 동안 안전자산이자 투자자산으로 인식돼 왔지만 국내 금 실물 보유자 대부분이 장롱 속에 금을 두고 있을 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고 있다”며 “이 상품은 고객 입장에서 수익이 없었던 금을 운용해 이익을 만들어 드리고 금 실물의 선순환 구조를 유도해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로도 이번 상품에 대한 고민과 기대가 크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최고위 경영진이 관심을 갖고 상품 개발을 독려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하나골드신탁(운용)’은 외환위기의 경험이 반영됐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국가 위기 상황을 극복하게 해줬던 신뢰의 상징이자 안전자산인 금을 보다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할 때는 운용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한 상품”이라고 전했다.
고객들의 관심도 높다. ‘하나골드신탁(운용)’ 출시를 앞두고 시범 운영하고 있는 ‘하나골드신탁’의 경우 하루 평균 약 30건의 상담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