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의 마음까지 치유했던 참된 의사, 강원도 홍천에서 눈 감았다
2025-07-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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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중에도 멈추지 않았던 의사의 헌신
시골 마을의 희망, 한 의사의 아름다운 삶
한 참된 의사가 아름다운 자취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6일 강원도민일보는 의사였던 고 윤성호 창촌의원 원장의 삶에 대해 전했다.
강원도 홍천군 내면 창촌리. 병원 하나 없이 의료사각지대였던 이 외딴 시골마을에, 30년 가까이 단 한 사람의 의사가 있었다. 윤성호 원장. 그는 지난 7월 14일, 향년 5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병보다 이웃을 더 걱정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윤 원장은 암 투병 중에도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항암 치료로 힘든 몸을 이끌고도 진료실에 나와 환자를 맞이했고, 혼자 사는 어르신의 건강을 더 걱정했다. 노모 역시 암으로 투병 중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어머니를 돌보다 먼저 눈을 감았다.

◆ 의사가 아닌, 마을의 안심 그 자체 윤 원장이 창촌의원을 개원한 것은 1995년. 당시 내면 지역에는 의료시설이 거의 없어 주민들은 작은 병 하나에도 수십 킬로미터를 넘나들어야 했다. 그는 단순히 진료를 넘어, 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도맡아 처리했다. 보건소, 지자체, 정부의 지원제도까지 발 벗고 연결했다. 그의 병원은 주민들의 병을 고치는 공간이 아니라, 삶을 지키는 울타리였다.
그가 지켜온 진료실은 마을 어르신들에게 사랑방이었다. 병 이야기는 어느새 가족 이야기로, 계절 얘기로, 삶의 근황으로 이어졌다. 진료를 받으러 간다는 핑계로 그저 윤 원장을 만나러 오는 이들도 있었다.
◆ 고요하고 단단한 헌신말수가 적었던 그는, 진료실에만 들어가면 달라졌다. 자세한 병력을 듣기 위한 질문이었지만, 그의 말은 늘 사람의 마음을 향해 있었다. 외진 마을에 사는 독거노인의 요청이 들어오면 거리 불문 직접 찾아갔다. 말기 암 환자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하며, 유족들이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조용히 곁을 지켰다.

그는 병원 밖에서도 공동체의 중심이었다. 지역 성당 봉사단체와 함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평생 멈추지 않았다. 누구보다 낮고 조용한 헌신이었다.
홍천 내면성당 빈첸시오의 김준찬 회장은 “항암 치료 중에도 진료를 이어갈 정도로 주민을 먼저 생각했던 분입니다. 그는 의사이자, 어르신들의 안부를 지키는 이웃이었고, 우리가 의지하던 삶의 중심이었습니다"라고 고인을 추억했다.
◆ 윤 원장이 남긴 빈자리, 그러나 남겨진 따뜻함 윤성호 원장의 빈소는 홍천 서석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병원이 사라졌다는 사실보다, 윤 원장이 없다는 현실이 더 크게 다가온다. 마을 주민들은 그의 진료보다 더 따뜻했던 말 한마디, 미소 하나, 조용한 배려를 기억하고 있다.
의사가 없어 병원조차 외면하던 작은 마을에서, 그는 단 한 사람으로서 30년을 버텼다. 그리고 그 시간은 곧 마을 전체의 건강이자, 위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