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났지만 존재하지 않는다”…임미애 의원,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 법안 발의
2025-07-1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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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사각지대 외국인 아동 약 2만 명 추산
“모든 아동은 존재를 증명받을 권리 있다”…보편적 출생등록 도입 촉구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출생의 순간조차 공식적으로 증명받지 못한 아동들이 대한민국 안에서 자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임미애 국회의원(비례대표·농해수위·여가위)은 7월 17일, 출생통보제 시행 1주년을 맞아 외국인 아동의 출생등록 문제를 공론화하며,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하기 위한 「가족관계등록법」 및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출생통보제는 2024년 7월 19일부터 시행돼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아동의 정보를 지방자치단체에 자동으로 통보해 출생신고 누락과 영아 유기·살해 같은 범죄를 예방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행법은 출생신고 대상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정하고 있어 외국인 아동은 여전히 제도 밖에 머물고 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이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아동은 4,025명에 달하며, 실제 미등록 아동은 2만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병원 진료, 학교 입학, 예방접종 등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임 의원이 발의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은 대한민국에 부모의 본국 대사관이 없거나 체류자격이 없는 경우, 출생등록이 가능하도록 하는 특례조항을 담고 있다. 또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출생신고 담당 공무원이 부모의 체류자격 문제를 인지하더라도 이 사실을 출입국관리당국에 통보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명시해, 신고 기피 현상을 해소하고자 한다.
임 의원은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모든 아동은 출생 직후 자신의 존재를 공적으로 증명받을 권리가 있다”며 “한국도 1991년 협약을 비준한 국가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안 발의와 함께 임 의원은 국제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외국인 아동 출생등록 제도의 필요성을 알렸다. 기자회견에는 출생등록이 안 돼 생일도 없는 채 살아가는 초등학생 라민과 무사위가 발언자로 나서, “대통령과 국회의원, 어른들이 귀를 기울여 달라”고 호소했다.
김기학 바라카 작은도서관 대표는 “출생등록의 서류 절차와 비용은 외국인 가정에 큰 부담”이라며, “출생미등록 아동 보호는 인권과 사회통합의 보편적 과제”라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총장은 “10년 넘게 국제사회는 한국 정부에 출생등록 보장을 권고해왔다”며, “이제 22대 국회가 응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임미애 의원은 “19대 국회부터 입법 시도가 반복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며 “미등록 아동은 청소년, 청년으로 자라고 있다. 제도의 대응 속도가 아이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임 의원은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도입해 모든 아동이 태어나는 순간부터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출생등록이 국적 취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은 속인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출생지와 관계없이 아동은 부모의 국적을 따르며 출생등록은 단지 신분의 증명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