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같다…무서운 번식 속도로 제주 점령도 모자라 천연기념물 위협 중인 '이것'

2025-07-1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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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콘크리트까지 뚫고 제주 전역으로 뻗어 나간 식물
폭염 등 이상기후 문제로 번식력 더 강해진 것으로 추정돼

이상 기후 문제로 좀비처럼 자라난 식물이 결국 산림을 벗어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뒤덮은 도심까지 뚫었다. 이대로라면 절대적인 보호가 필요한 천연기념물마저 집어삼켜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 전경 / 국가유산청 제공
'한라산 모세왓 유문암질 각력암 지대' 전경 / 국가유산청 제공

제주시 연동 옛 문화칼라 사거리와 제원사거리 등 도내 최대 번화가인 신제주 일대가 칡덩굴에 빠른 속도로 잠식되고 있다고 삼다일보가 지난 15일 전했다. 현재 칡덩굴이 주로 발견되는 곳은 도로변 식수대와 일부 공원 등이지만 재빠른 조처를 하지 않으면 더 퍼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곳 일대는 도로변을 따라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식수대나 화단, 도시‧근린공원 등을 제외하면 식물이 자라고 번식할 만한 환경이 드물다. 그런데 이마저도 칡덩굴에 뒤덮여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바람에 날려왔거나 열매를 먹은 조류 배설물에 남은 씨앗이 도심 곳곳에 발아하며 빚어진 상황으로 보인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사용해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칡덩굴이 씨앗뿐 아니라 뿌리로도 번식한다는 점이다. 왕성한 번식력과 빠른 생장이 특징인 칡은 최근 폭염 등 이상기후로 더욱 급속 확산하면서 가로 경관과 산림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 더군다나 주변 식생을 훼손하고 생물 다양성까지 위협해 제거가 시급한 상황이다.

칡덩굴은 하루에만 30~40㎝씩 자랄 만큼 생장 속도가 빠르다. 높은 곳으로 타고 올라가는 습성 탓에 큰 나무도 한 번 칡덩굴에 엉키면 햇빛을 받지 못해 성장을 멈춘다. 게다가 장기간 방치되면 그대로 고사한다. 이에 따라 칡덩굴이 덮어버린 지역에서는 기존 식생이 사라지고 단일종 위주의 생태계가 형성돼 자연스러운 생물 간 상호작용이 붕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칡덩굴은 보통 산림 지역이나 하천 주변에서 빠르게 번식하며 다른 식물의 생육을 방해한다. 줄기 하나가 수 미터씩 뻗어 나가며 주변을 감싸는 특성상 한번 퍼지기 시작하면 사람의 힘으로 제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에 철쭉이 활짝 폈다. / 독자 제공=뉴스1
제주 한라산 윗세오름에 철쭉이 활짝 폈다. / 독자 제공=뉴스1

천연기념물과 같은 자연유산도 칡덩굴의 영향력을 피해 가진 못했다. 도는 올해 국가자연유산인 한라산천연보호구역(신례천·효돈천), 천지연·천제연 난대림, 도순리 녹나무 자생지, 삼도 파초일엽자생지에도 칡덩굴이 번져 제거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칡덩굴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번식해 자연과 도심을 무차별적으로 뒤덮게 된다면 그 여파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를 넘어선다.

농경지는 칡의 침입으로 작물 재배가 어려워지며 산림은 고사하고 도심 기반 시설까지 손상될 수 있다. 또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교란되면 조류나 곤충, 포유류 등 다양한 생물이 서식지를 잃고 떠나게 되고 이는 결국 인간 삶의 질 저하로도 이어진다. 생물다양성 손실은 예측할 수 없는 생태적 재난을 불러올 수 있으며 이미 그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미 칡덩굴 총력 제거 사업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6~9월 국한됐던 제거 작업이 칡덩굴 휴면기인 1월부터 연중 실시되고 있다. 작업 방법도 물리적 제거를 넘어 인력‧장비를 투입한 반복 작업과 친환경 약제 방제까지 진행되고 있다.

다만 주요 가로변과 오름, 공원, 하천 등지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도심지 작업도 절실한 상황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신제주를 비롯한 도심지 내 칡덩굴 확산 실태를 확인해 제거 작업을 추진하겠다”라며 “마을이 참여하는 도민 참여형 칡덩굴 제거단 운영도 확대하겠다”라고 말했다.

칡덩굴 집중 제거 작업 중인 사람들 / 뉴스1
칡덩굴 집중 제거 작업 중인 사람들 / 뉴스1

제주도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도와 행정시 산림 부서, 자연유산관리부서, 도로관리부서, 읍면동을 동원해 대대적인 칡덩굴 제거 작업을 추진한 결과, 414㏊에 대한 1차 제거 작업을 완료했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앞서 2022년에도 255㏊, 2023년 372㏊, 2024년 267㏊에 달하는 칡덩굴을 제거했다.

주요 대상지는 연북로‧번영로‧첨단로‧평화로‧중앙로‧애조로 등 가로변 6곳, 서부공원‧한마음공원‧연동근린공원‧첨단근린공원 등 공원 4곳, 한라산천연보호구역‧천지연 및 천제연 난대림‧도순리녹나무자생지‧삼도 파초일엽자생지 등 문화재 6곳, 하천 35곳, 중문 베릿내오름 등이다.

무분별한 칡덩굴 확산을 막기 위해선 정기적인 제거 작업과 함께 지역 맞춤형 생태 복원 전략이 필요하다. 단순히 제거하는 것을 넘어 칡이 자라지 못하도록 토양 환경을 바꾸거나 경쟁 식물을 심어 확산을 방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인간 활동으로 훼손된 생태계를 원래대로 회복시키는 작업과 병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적, 제도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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