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제철인 줄 알았는데... 전문가들은 오히려 여름에 맛있다는 '생선회’

2025-08-07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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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먹어야 맛있는 생선? 오히려 지금 먹어야 맛있는 생선!

전어회 / 연합뉴스
전어회 / 연합뉴스

'가을 전어는 깨가 서 말'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가을에 먹는 전어가 맛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기후가 변화하고 있다. 전어는 더 이상 가을에만 먹어야 맛있는 생선이 아니다. 기후 변화로 제철의 변화가 수산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새로운 적응을 요구하고 있다.

투망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튜브 채널 '짬투망'에 지난 5일 '양양바다 투망낚시 떠납니다'란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엔 강원도 양양 해변에서 투망질로 전어를 낚는 모습을 담은 장면이 담겨 있다. 투망질 한 번에 어림 봐도 20마리가 넘는 전어가 낚이는 걸 알 수 있다. 손바닥 길이보다 긴 큼지막한 크기도 눈길을 끈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전어들을 모습이 전어 마니아들의 군침을 돌게 할 만하다.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투망으로 잡은 전어. / '짬투망' 유튜브
강원 양양 앞바다에서 투망으로 잡은 전어. / '짬투망' 유튜브

전어의 제철은 가을로 알려졌다. 가을 전어가 비교적 맛있는 이유는 풍부한 지방 때문이다. 제철인 9~11월에는 다른 물고기의 3배에 달하는 지방량을 자랑한다. 다만 최근에는 지구 온난화로 8월 전어가 더 맛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유명 수산물 전문가인 유튜버 김지민은 전어가 여름에 먹어도 맛있다고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입질의추억TV'에서 설명한 바 있다.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서 전어가 여름이 제철이 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어는 난류성 어종으로 따뜻한 물을 좋아하지만, 서식하기 적절한 수온이 15~18도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수 온도가 높아지면서 어획 시기가 점차 앞당겨지는 것이다.

전어회 / 연합뉴스
전어회 / 연합뉴스

7월 말부터 8월까지 보름간 전어의 산지 위판 물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7.3% 늘어났다는 해양수산부 자료는 이런 변화를 뒷받침한다. 수온 상승으로 전어가 금어기(5월 1일~7월 15일) 직후인 7월부터 본격적인 어획철을 맞는 것이다.

실제로 보성군은 오는 22일부터 23일까지 전남 보성 율포솔밭해수욕장 일원에서 '제17회 보성전어축제'를 개최한다. 또 경남 사천시는 오는 14~17일 삼천포항 팔포음식특화지구 일원에서 '제22회 사천시 삼천포항 자연산 전어 축제'를 연다.

여름 전어의 품질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된다. 금어기 동안 충분한 먹이를 섭취해 살이 통통하게 올랐고, 뼈도 연해져 회나 구이로 먹기에 적합하다. 특히 여름철에는 전어의 뼈가 더욱 부드러워져 뼈째 먹는 전어회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전어는 청어목 전어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몸길이는 보통 15~20cm이며 최대 31cm까지 자란다. 몸은 옆으로 납작하고 은백색을 띠며, 등쪽에는 참깨 같은 검은 반점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전어라는 이름은 '돈 전(錢)'에 '물고기 어(魚)'를 쓴 것으로,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기록한 '난호어목지'에는 "생선의 맛이 좋아 사는 사람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전어 구이 / 연합뉴스
전어 구이 / 연합뉴스

전어는 난류성 어종으로 따뜻한 바다를 선호한다. 주로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서식하며, 특히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역을 좋아한다. 4~6월에 산란하며, 갯벌 주변이나 연안 지역에서 알을 낳는다. 산란 후에는 먹이 활동을 활발히 하며 체중을 불린다.

영양학적으로 전어는 매우 우수한 생선이다.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적합하며, DHA와 EPA 같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뼈째 먹을 수 있어 칼슘과 인 섭취에도 유리하다.

해수 온도 상승이 가을전어 어획량이 줄어든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는 분석과 함께 수온 상승으로 전어의 주 서식지도 점차 북상하고 있다. 원래 남해와 서해 일대에서 주로 잡혔던 전어가 서해안과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이런 변화로 인해 가을 전어 개념이 흔들리고 있다. 가을에는 오히려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드는 반면 여름철 전어 어획량과 품질이 좋아지고 있다. 산란기인 4월부터 6월까지 전어가 성숙해 자연스럽게 여름철부터 가을철에 물량이 늘어나지만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미세한 변별이 생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전어는 성질이 급해 횟집 수조에서 오래 살 수 없어 신선도가 중요한 어종이다. 때문에 어획량이 줄어들면 가격이 급등하는 특성을 보인다. 그러나 여름철 어획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면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전어를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전어는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어구이다.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뼈째 썰어 먹는 전어회도 별미다. 회무침이나 조림 등으로도 즐겨 먹는다. 특히 뼈가 부드러운 여름철 전어는 뼈째 먹기에 더욱 적합해 영양 섭취 면에서도 유리하다.

강원 양양 바다의 전어 투망낚시 / '짬투망'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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