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서만 713마리…전국 최다 사육 중인 한때 멸종위기 ‘이 동물’
2025-08-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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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멸종 위기에 몰렸던 희소 한우
조선시대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올라
일제강점기, 씨가 마를 뻔했던 한우가 있다. 누런 빛깔의 황우가 아닌, 검은빛과 갈색이 뒤섞인 털을 지닌 ‘칡한우’다. 조선시대엔 임금님 수라상에도 오르며 황우와 함께 전국을 누볐지만, 일제의 품종 규격화 정책으로 역사 속에서 사라질 뻔한 아픈 과거를 지녔다.

그 칡한우가 지금, 강원도에서 전국 최다 규모로 사육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 축산기술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도내 8개 시·군 44개 농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칡한우 사육 두수는 713마리. 전국 사육 두수의 33.5%에 달하는 수치다. 한때 멸종위기에 놓였던 희귀 한우가, 강원 땅에서 다시 숨을 고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전수 조사는 칡한우 유전자원의 체계적인 보존 관리와 유전적 다양성 확보를 위해 지난 5일 완료됐다. 시군별 사육 현황을 분석하고, 품종 특성과 활용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도 축산기술연구소는 씨수소 상위 30%를 선발해 우량 유전자를 공급하는 개량 사업도 함께 추진 중이다.
강원도의 칡한우 지키기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일이 아니다. 2013년부터 매년 유전자원 조사를 이어오며 기반을 다졌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고성군은 ‘강원고성칡소’라는 이름으로 특허청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했고, ‘타이거 카우’, ‘타이거 비프’ 같은 상표권도 손에 넣었다.
석성균 강원도 농정국장은 “칡소는 유전적 다양성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나 최근 사육 기반이 약화되는 실정”이라며 “적극적인 보존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생물다양성 보존을 통해 농가 소득 향상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칡한우의 가치는 단순히 ‘희귀’라는 수식어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성질이 온순하고 고기 맛이 뛰어나 예부터 귀하게 여겨졌다. 가축유전자원센터에 따르면 1399년(정종 1년) 발간된 조선시대 수의학서 《신편집성마의방우의방》에는 황우, 칡소, 흑우, 백우, 청우 등 다양한 한우 품종이 기록돼 있다. 그만큼 한반도에는 오래전부터 털색과 성질이 다른 다양한 소들이 존재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는 ‘조선우 심사 표준’에서 황색 소만을 조선의 소로 규정했다. 황우 이외 품종은 수탈하거나 도태시켜 사육을 중단하게 만들었다. 칡한우는 그 과정에서 개체 수가 급감했고, 오랜 세월 사람들의 기억에서조차 희미해졌다.
현재 강원도는 칡한우의 개체 수를 늘리고, 유전적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연구와 보급 사업을 계속할 계획이다. 사라질 뻔한 전통 품종을 지켜내는 일은 단순한 축산업을 넘어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일이기도 하다.
한우, 국민 식품으로 사랑받는 이유
1. 깊고 진한 맛과 다양한 요리 활용
한우는 결이 곱고 육즙이 풍부해 구이, 전골, 국밥 등 어떤 조리법에도 잘 어울린다. 특유의 부드러운 식감과 고소한 풍미 덕분에 명절·기념일 식탁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부위별로 다른 맛을 즐길 수 있어 가족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2. 건강을 위한 영양 밸런스
한우는 단백질, 철분, 아연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해 성장기 어린이와 노년층 모두에게 좋은 식품이다. 특히 철분 함량이 높아 빈혈 예방에 도움이 되며,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적당히 섭취하면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필수 아미노산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근육 유지와 면역력 강화에도 기여한다.
3. 우리 식탁에 뿌리내린 전통과 자부심
한우는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우리 문화와 역사 속에 깊게 자리한 상징적 식품이다. 농가와 소비자를 잇는 중요한 산업이자, 설·추석 같은 전통 명절에서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한우를 먹는 건 맛을 즐기는 동시에 우리 땅에서 기른 소의 가치를 지키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일과도 연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