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보다 3배 크다…전국에 단 10곳에서만 나오는 ‘명품 과일’ 판매 시작

2025-08-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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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진상품으로 알려진 400년 전통 과일

광주의 여름을 알리는 대표 과일 무등산 수박이 다시 출하를 시작한다.

무등산수박마을에서 농민이 수확을 앞둔 무등산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무등산수박마을에서 농민이 수확을 앞둔 무등산수박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광주광역시는 무등산 수박이 오는 22일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들어간다고 21일 밝혔다. 출하는 10월까지 이어지며 소비자들은 북구 금곡동 공동직판장에서 가장 먼저 구매할 수 있다. 올해는 전국 주요 백화점까지 판로를 넓혀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매장에서도 무등산 수박을 만날 수 있다.

무등산 수박의 가격은 크기와 품질에 따라 다양하다. 7㎏ 소형은 3만 원 선에서 시작하지만, 20㎏이 넘는 대형은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24㎏ 특품은 20만~30만 원대에서 거래되며, 품질이 뛰어난 일부 수박은 50만 원 이상에 이르기도 한다. 크기가 일반 수박의 3배 이상이고 당도가 높아 명절이나 특별한 행사 선물용으로 찾는 수요가 꾸준하다. 해마다 출하철이 되면 택배 주문과 선물 세트 예약이 몰리며 광주 시민뿐 아니라 전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광주시는 판매 환경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노후화된 공동직판장을 전면 개보수하는 데 1억 5000만원을 투입해 농가와 소비자가 모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올해부터는 ‘무등산 수박 육성 3개년 계획’을 추진해 총 12억 7000여만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생산 장려금과 농자재 지원, 기후 대응 시설 확충에 이어 직판장 환경까지 정비하며 농민들의 부담을 줄이고 안정적인 재배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무등산 수박은 단순한 과일이 아니라 광주를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국내에서는 광주 북구 금곡·충효동 일대 무등산 자락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 해발 300m 이상의 산기슭과 통기성이 좋은 사질양토가 필수 조건이며 줄기 하나에서 단 한 통만 열매를 맺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한 번 재배한 땅에서는 최소 3년을 쉬게 해야 다시 심을 수 있어 대량 생산도 어렵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은 무등산 수박의 희소성과 품질을 동시에 높였다. 일반 수박이 4~5㎏에 불과한 반면 무등산 수박은 평균 15㎏ 이상 자라며 큰 것은 25㎏에 이른다.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로 ‘임금님 진상품’으로 전해져 내려왔고 오늘날에도 고급 선물용으로 자리 잡았다.

무등산 수박 / 광주광역시 제공
무등산 수박 / 광주광역시 제공

무등산 수박은 400년 가까운 전통도 품고 있다. 수확기에는 상중인 사람이 밭에 들어가지 않는 등 세세한 풍습이 대대로 지켜졌다. 이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농가들이 소중한 작물에 대한 예의를 지켜온 방식으로 무등산 수박이 가진 특별한 문화적 가치를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들어 무등산 수박의 명맥이 위태롭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고온과 폭우, 인력 부족이 겹치며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97년만 해도 30곳이 넘던 재배 농가는 현재 10곳도 채 되지 않는다. 농가 수 감소와 생산량 축소는 곧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광주 북구 관계자는 “무등산 수박은 광주 여름을 대표하는 특산물이지만 기후 위기 앞에서는 재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행정과 농가가 함께 지혜를 모아 지속 가능한 재배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무등산 수박은 자연과 인간의 오랜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한정된 땅과 까다로운 재배 방식, 그리고 농민들의 땀과 전통이 어우러져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왔다. 올해도 어김없이 출하를 시작하는 무등산 수박은 여름 한철, 소비자들에게 ‘산이 키운 보물’의 가치를 다시금 전해줄 전망이다.

무등산 수박 영농조합법인 / 구글 지도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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