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안 보이더니…폭염 끝나고 9월부터 대거 몰려온다는 '위험 생물' 정체
2025-09-0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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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의 귀환, 초가을의 위험한 불청객
모기가 전파하는 치명적인 질병들
올여름 연일 계속된 무더위와 집중호우로 인해 평소보다 조용했던 어떤 생물체가 초가을 진입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서울시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8월 한 달간(1일~29일) 서울 지역 모기 활동 지수는 평균 37.3을 기록했다. 이는 모기 발생 예보 체계상 2단계 '중(中)'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작년 동일 기간 모기 활동 지수가 46.8(2단계 '상'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아진 것이다.
서울시는 현재 수변 지역과 주거 단지, 공원 등 곳곳에 디지털 모기측정기(DMS)를 설치해 시민들에게 매일 모기 발생 현황과 대응 방안을 안내하고 있다. 모기 발생 예보는 쾌적(1단계)에서 불쾌(4단계)까지 4개 등급으로 구분되며, 각 등급 내에서도 상·중·하로 세분화된다.
2단계 중 수준은 밤 시간대 운동 후 한 곳에 10~15분 이상 머물 경우 1~2마리의 모기에게 물릴 가능성이 있는 상태를 뜻한다.

올해 8월 모기 개체 수가 감소한 배경에는 극심한 날씨 변화가 있었다. 서울에는 지난 4일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뒤 12일 집중호우로 호우 특보가, 15일 다시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는 등 폭염과 폭우가 교대로 나타났다.
곤충 전문가들의 연구에 따르면 모기는 기온 변화에 매우 민감한 곤충이다. 기온이 26도일 때 모기의 생존 기간은 약 3주간이지만, 30도까지 상승하면 2주로 짧아진다. 기온이 36도를 초과하면 생존 기간은 단 5일로 줄어든다.
여기에 폭우까지 더해지면 모기 번식에 필요한 고인 물이 빗물에 씻겨나가 개체 수가 더욱 감소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호우 경보가 발령되는 시기에는 모기 밀도가 현저히 낮아진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초가을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실제로 8월 말부터 모기 포획량이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25개 구에 설치된 디지털 모기 측정기로 포획된 모기는 8월 셋째 주(17~23일) 기준 1만 3569마리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만 1824마리)보다 1745마리 많은 수치다.
이동규 고신대 보건환경학부 석좌교수는 연합뉴스에 "폭염과 폭우가 빈번해 모기 번식에 적합하지 않은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초가을로 넘어가면서 평균 기온이 모기가 가장 활동하기 좋은 26도 안팎으로 떨어지면 활동성도 올라가고 개체수 역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기가 단순한 해충을 넘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생물'로 불리는 이유는 다양한 감염병을 매개하는 역할 때문이다. 모기는 말라리아, 뎅기열, 지카바이러스, 황열병, 웨스트나일바이러스, 일본뇌염 등 치명적인 질병들을 사람에게 전파한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72만~100만 명이 모기가 옮기는 질병으로 생명을 잃는다. 특히 말라리아의 경우 연간 약 2억 5000만 명이 감염되고 40만~100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사자나 상어 등 맹수들보다 훨씬 많은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수준이다.
모기로 인한 경제적 손실도 막대하다. 전염병 치료비와 방역 비용, 관광업 피해 등을 종합하면 연간 수십억 달러의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연구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앞으로 수 주간 서울 지역 평균 기온이 모기 활동에 최적인 26도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방역 당국은 시민들에게 야외 활동 시 긴팔 착용과 방충제 사용을 당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