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구금 한국인 300여명 귀국하는 날에... 미국 장관 '폭탄발언’

2025-09-12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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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요구 안 받아들이면 관세 25%로 되돌리겠다고 사실상 위협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 러트닉 장관 X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 러트닉 장관 X

미국이 공교롭게도 구금 한국인들의 귀국일에 '관세카드'로 한국을 압박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가 11일(현지시각) 한미 무역협정 최종 합의가 교착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해 다시 '관세'를 무기로 미국 요구대로 수용하라고 한국을 압박하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양국은 지난 7월 30일 새로운 무역협정에 큰 틀에서 합의했고, 지난달 25일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를 거듭 확인했다. 협정의 골자는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기로 한 25%의 상호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한다는 것이다.

양국은 이후 지난달 미국에서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합동 실무대표단과 미 상무부 및 무역대표부(USTR) 관계자들이 협정 최종 타결을 위한 실무협의를 벌였지만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협의가 교착상태에 이른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도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앞으로도 한참 더 협상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한국은 그 무역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 명확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과 무역협정에 최종 서명했고 한국이 이를 분석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그래서 유연함은 없다"라고도 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의 구성과 방식, 투자 수익 배분 등을 미국의 요구대로 수용해 무역협정에 최종 서명하지 않으면 한국에 대한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25%로 되돌리겠다고 사실상 위협한 셈이다. 한국처럼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일본과는 이미 서명까지 이뤘기에 한국이 이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최종 타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연함은 없다"란 표현으로 확인한 것으로 읽힌다.

러트닉 장관은 그러면서 일본의 5500억 달러 규모 대미 투자금은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송유관 건설 같은 인프라 확충 등 미국이 원하는 대로 쓰일 것이며, 일본이 낸 5500억 달러를 회수할 때까지 수익을 50대 50으로 배분하되 이후에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미일 협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며 한미 간 협정도 비슷한 조건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처럼 한동안 뜸했던 미국의 '관세 위협'이 다시 나온 것은 이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갑작스레 미국을 방문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김 장관은 워싱턴DC가 아닌 뉴욕으로 입국해 러트닉 장관 등과 만날 예정이다. 러트닉 장관은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서 열린 9·11 테러참사 24주기 추모식에 참석한 뒤 뉴욕에 머물고 있다. 러트닉 장관으로선 김 장관을 상대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했을 수 있다.

한미 간 협상의 세부 조율을 매듭짓고 협정 문안에 서명하는 일은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무역협정 최종 서명에 대해 "좋으면 사인해야 하는데, 이익되지 않는 사인을 왜 하나"라며 미국 측 현재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의 언급대로 미국 측이 요구하는 대미 투자 패키지 구상은 우리 측이 받아들이기 어렵고, 미국은 이를 받지 않으면 관세를 되돌리겠다는 입장이어서 양국 간 밀고당기기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이처럼 미국의 압박·위협 메시지가 공교롭게 조지아주에서 미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300여명이 귀국하는 날 나오면서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도 우려된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이민 당국에 체포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석방돼 귀국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을 태운 항공기가 한국시각으로 12일 오후 3시 11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미국의 한미관계 전문가 사이에서는 이미 한국인 구금 사태가 양국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 연구소 한국석좌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는 과거 인플레이션 감축법 때 국내 자동차 업계 보조금 제외 문제보다 훨씬 더 심각하며, 한국은 미국에 더 강경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한국이 부담할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 문제, 인도·태평양 지역내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차원에서 거론되는 주한미군 감축 문제 등 안보 이슈 역시 협상 과정에서 한미 관계에 풍파를 몰고 올 수 있는 요소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 대리는 연합뉴스에 한미 안보 분야 이슈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면서 "실제 양국 관계에 매우 도전적인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한미간의 통상협상과 외교·안보 분야 협상 과제들을 열거하면서 "내가 작은 고개 하나 넘었다, 이렇게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앞으로도 넘어가야 될 고개가 퇴임하는 그 순간까지 수없이 있겠다"고 말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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