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우리나라에 있다니…제주에 딱 10여 개체 뿐이라는 '멸종위기종'
2025-09-27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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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부에서만 분포하는 희귀종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스치는 가을 숲은 결실의 계절이다. 이맘때 한라산 남쪽 돈내코 계곡의 상록수림을 바라보면, 짙은 녹음 아래로 키 작은 나무 하나가 짙은 남색 열매를 맺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나무의 이름은 '만년콩(Euchresta japonica)'이다.

만년콩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콩과 식물 가운데 유일한 사철 푸른 상록활엽수다. 키는 30~60cm 정도로 작고, 줄기는 땅 가까이에서 비스듬하게 자란다. 잎은 세 장의 작은 잎이 모여 윤기 있는 녹색의 겹잎을 이루며, 뒷면에는 흰 털이 나 있다.
6월에서 7월 사이 줄기 끝에 흰 꽃이 피고, 9월에서 11월 사이에는 짙은 남색 꼬투리에 열매를 맺는다. 일반적인 콩과 식물과는 달리, 이 꼬투리는 다육질이며 안에는 씨앗이 하나만 들어 있다.
이 식물은 한국, 중국 남부, 일본 남서부에만 분포하는 희귀종으로 분류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제주 돈내코 계곡에 단 10그루도 채 되지 않는 개체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돼, ‘멸종위기 야생생물 Ⅰ급’으로 보호되고 있다. 중국과 일본에서도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1970년 제주 돈내코 계곡에서 식물채집가 김이만씨가 이 식물을 처음 발견했다. ‘만년콩’이라는 이름은 그를 기리는 동시에 사계절 내내 푸른 모습을 담아 지어진 것이다.
가을 숲에서 만년콩이 열매를 맺는 것처럼,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도 있다. 희귀 식물을 무단으로 채취하지 않고, 자생지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이다.
작은 관심과 배려가 모이면 멸종위기 식물도 생존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고유의 생물을 지켜낸다는 것은 국제사회에서도 그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고, 생물 주권을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