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널린 건데…한때는 '푸른 보약'이라고 불렸던 10월 '제철 식재료'

2025-10-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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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향기 머금은 '은행'

가을 거리마다 퍼지는 은행 특유의 향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알린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 아래서 맺힌 작은 열매는 고소한 풍미로 사랑받으며 민간에서는 은행의 영양성과 전통적 약재 이미지를 반영해 '푸른 보약'이라 부르기도 했다. 다만 섭취에 있어서 주의가 필요한 제철 식재료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은행나무는 수천만 년 전부터 존재해온 식물로, 흔히 '살아 있는 화석'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가로수와 공원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암나무에서만 열매가 맺힌다. 열매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속씨는 예로부터 식재료와 약재로 활용돼 왔다.

♣ 고소한 맛 속 영양

은행은 탄수화물(100g당 약 64g)이 풍부해 가을철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보충하는 식품으로 적합하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수확철 농민들이 은행을 간식처럼 먹으며 힘을 보탰다는 기록도 있다.

또 은행은 100g당 약 11g의 단백질이 함유돼 있어 곡류와 함께 섭취할 경우 아미노산 보완 효과가 있다. 이는 밥, 죽 등에 은행을 곁들여 온 전통적 조리법의 과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더불어 망간, 구리, 칼륨, 셀레늄이 들어 있어 체내 효소 작용과 항산화 방어 체계에 기여한다. 예컨대 망간은 뼈 형성과 대사 조절에, 셀레늄은 활성산소 억제에 관여하는 필수 미량 원소다.

은행은 소량의 비타민 B군을 제공해 신진대사와 신경 기능 유지에 기여하며, 비타민 E는 지질 항산화 역할로 세포 보호를 돕는다. 은행은 껍질을 벗기고 가열하면 비교적 소화가 잘 되는 편으로, 오랫동안 죽이나 환자식, 노인식으로 활용돼 왔다.

한의학에서는 은행을 '백과(白果)'라 해 오래전부터 기침, 천식 완화 보조 등에 사용했다. 현대 의학적 효능으로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건강 보조 식재료로 인식돼 왔다는 점은 분명하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자료사진. (실제와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알립니다.)

♣ 반드시 지켜야 할 섭취 주의

은행은 가을 정취를 대표하는 식재료지만, '푸른 보약'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무턱대로 많이 먹는 것이 절대 금물이다. 은행에는 '메틸피리독신'이라는 독성 성분이 소량 들어 있어 과다 섭취 시 구토, 어지럼증, 경련 등 신경계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성인의 경우 하루 40알 이상, 어린이는 7알 이상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반드시 익혀 먹고, 특히 어린이·임산부는 섭취를 삼가거나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꼭 안전하게 조리해 적정량만 즐기도록 해야 한다.

♣ 절제 속에 즐기는 가을 풍미

은행은 특유의 고소한 맛과 쫄깃한 식감 덕분에 다양한 요리에 응용되기도 한다.

먼저, 은행구이다. 껍질을 제거한 은행을 소금 약간과 함께 달군 팬에 볶아내면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이 살아난다. 술안주로 곁들이거나 간단한 간식으로 즐기기 좋은 조리법이다.

두 번째로 은행밥이다. 쌀을 씻어 밥을 지을 때 은행을 함께 넣으면 노랗게 익은 알맹이가 밥알 사이에 박혀 고소한 향을 더한다. 은행 특유의 풍미 덕에 소금간을 약간만 해도 충분히 맛이 난다. 죽으로도 만들 수 있다. 잘 삶아 낸 은행을 곱게 으깨 쌀죽에 넣으면, 부드러움 속에 씹히는 고소함이 살아난다. 위가 약한 노약자나 환자식으로도 오랫동안 이용돼 온 전통 메뉴다.

전으로도 부칠 수 있다. 껍질을 벗긴 은행을 다져 전 재료에 섞어 부치면, 고소한 향이 배어 색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김치전이나 해물전에 곁들이면 은행의 담백함이 더욱 살아난다.

다만 은행은 조리 전 반드시 껍질을 제거·가열해야 한다. 은행 요리의 기본은 껍질과 과육층(악취가 나는 부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다. 또한 날로 먹으면 독성 위험이 있으므로 반드시 충분히 가열해야 한다.

home 김현정 기자 hzun9@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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