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kg 3만원짜리인데…최근 한국 하천에 27만 마리 떼로 풀린 '이것'
2025-09-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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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동진천에 27만 마리 방류
전북 정읍시가 하천 생태계 복원과 수질 개선을 목표로 27만 마리의 다슬기를 방류했다. 민물 청정성을 상징하는 이 작은 생물이 하천 속에 풀리자 지역 사회에서는 단순한 방류를 넘어 생태·문화적 의미까지 함께 주목하고 있다.

정읍시는 지난 25일 산외면 동진천에 다슬기 27만 마리를 풀었다. 이번에 사용된 다슬기는 전북특별자치도 수산기술연구소 민물고기연구센터에서 직접 부화·생산한 개체들로, 자연 적응력이 뛰어나고 전염병 검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은 건강한 개체다.
동진천은 정읍시민의 상수도 원수로 사용되는 주요 하천으로, 정읍시는 수질 개선과 생태 복원을 위해 2023년부터 다슬기 방류사업을 지속해왔다. 다슬기는 깨끗한 물에서만 살기 때문에 수질 지표종으로 불린다. 따라서 다슬기의 개체 수가 늘어날수록 하천 환경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정읍시 농업기술센터는 "앞으로도 주요 하천에 토종 어류와 다슬기를 꾸준히 방류해 사라져가는 어족자원을 복원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생태환경 개선 효과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슬기의 경제적 가치
다슬기는 한국 민물 생물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식재료 중 하나지만, 실제 시장 가격은 만만치 않다. 1kg에 약 3만 원 안팎으로 거래되며, 이는 단순한 수산물 이상의 가치를 반영한다. 채취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깨끗한 물에서만 서식해 공급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철과 가을철에는 다슬기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하천을 찾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직접 잡아 판매하거나 음식점에서 활용하면서 지역 소득원으로도 이어진다.
지역마다 다른 이름과 문화
한국인에게 다슬기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문화적 정체성을 담은 생물이다. 지역에 따라 이름도 다양하다. 충청도에서는 '올갱이', 경북에서는 '고디', 전남에서는 '대사리', 강원도에서는 '꼴팽이' 등으로 부른다.
각 지방에서는 다슬기를 이용한 향토음식이 발전해 왔다. 충청 지역의 올갱이국, 전남과 전북 일대의 다슬기 수제비, 경북의 무침 요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 음식들은 단순히 영양 섭취 차원을 넘어 공동체와 세대 간의 생활 문화를 이어주는 상징으로 기능했다.
보릿고개와 구황식품으로서의 의미
과거 식량이 부족했던 보릿고개 시절, 다슬기는 중요한 구황식품이었다. 돌틈을 헤집으며 직접 채취해 국을 끓여 먹는 과정은 농촌 마을에서 흔한 풍경이었다. 해산물이 귀하던 내륙 지역에서는 특히 귀중한 단백질 공급원이었고, 그 전통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오늘날에도 충북 괴산에서 열리는 올갱이축제 같은 지역 축제에서는 다슬기를 활용한 요리와 체험 프로그램이 주민과 관광객을 연결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건강식으로서의 다슬기
한국 전통에서는 다슬기가 간 건강과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여겨졌다. 현대 영양학적으로도 다슬기는 단백질이 풍부하면서 저지방 식품이다. 이 때문에 해장국, 보양식으로 꾸준히 소비되고 있으며, 소화기 질환 완화와 해열 효과가 있다는 인식도 자리잡고 있다.
다슬기국은 특히 술자리 다음 날 해장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구수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특징이며, 체내 독소 배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