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방문도, 여행도 아니었다…한국인 이번 추석 계획 1위는 바로 '이것'
2025-10-0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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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과는 다른 명절 새로운 풍경
추석 명절 하면 떠오르는 전통적인 모습은 고향 방문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 한국인들이 이번 추석에 가장 많이 계획한 것은 본가 방문도, 여행도 아닌 바로 '집콕', 집에서의 휴식이었다. 가족 구조 변화와 사회적 인식 전환, 코로나19 이후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한국인 명절 풍경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데이터 컨설팅 전문기업 피앰아이가 전국 만 20~6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일 발표한 2025년 추석 연휴 인식 조사에서 올해 추석 연휴 계획(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이 선택된 답변은 '집에서 휴식'으로 56.0%였다. 이어 본가 방문 35.7%, 국내 여행 24.2%, 지인 모임 12.9%, 취미 활동 12.3%, 계획 없음 11.4%, 출근·업무 8.3%, 해외 여행 7.8% 순으로 나타났다.
왜 집에서 쉬는가…세대별 이유 뚜렷
집콕형 명절을 선호하는 현상은 단순한 게으름의 문제가 아니다. 핵가족화가 일반화되면서 대가족이 모이는 문화 자체가 줄었고, 명절을 가사노동과 스트레스의 시간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특히 20~40대 맞벌이 가구나 1인 가구는 명절을 ‘휴식의 기회’로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다.
세대별 차이는 분명했다. 30대의 경우 귀성 응답이 43.5%로 다른 세대보다 높았으며, 20대는 국내 여행(29.0%)과 해외 여행(12.5%)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졌다. 반면 50대(58.0%)와 60대(52.0%)는 절반 이상이 '집에서 쉰다'고 답했다. 이는 장년층일수록 이동보다 휴식을 중시하는 명절 문화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연휴를 며칠 동안 쉴 것이냐는 질문에 전체의 35.3%가 7일 이상 장기 휴식을 선택했다. 특히 40~50대에서 장기 휴식 응답이 많았고, 20~30대는 3~4일만 쉰다는 비율이 30%대를 차지해 휴일 활용 방식에서 세대 차이가 확인됐다.

기대와 부담, 엇갈린 인식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기다려진다'는 응답은 32%, '부담된다'는 응답은 25%였다. 나머지 43.3%는 ‘보통이다’라고 답했다. 세대별로는 20대의 기대 응답이 45%를 넘으며 가장 높았던 반면, 50대는 22%에 불과해 세대 차이가 뚜렷했다.
명절을 기다리는 이유로는 '휴식을 취할 수 있어서'(52.6%)가 가장 많았고, '가족과의 시간'(49.5%), '오랜만에 친지와의 만남'(30.8%), '명절 음식'(25.8%), '고향 방문'(22.1%), '장기 여행'(20.8%)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젊은 층에서는 여행과 음식에 대한 응답이 두드러졌다.
반대로 명절이 부담스럽다고 답한 이들은 '비용 부담'(52.4%)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이어 '명절 준비 과정'(42.7%), '피로·스트레스 같은 후유증'(40.2%)이 뒤를 이었다. 20대의 경우 '사적인 질문이 부담스럽다'는 응답이 42.1%에 달해 다른 세대보다 두드러졌다.
밥상머리 화두는 '물가와 민생'

이번 조사에서는 추석 연휴 밥상머리 대화 주제도 분석됐다. 응답자의 39.5%가 경제·물가·민생을 꼽아 1위를 차지했다. 정치·국정 현안(27.7%), 외교·국제 이슈(10.4%), 문화·연예·스포츠(8.5%)가 뒤를 이었다. 특히 50대와 60대는 정치·국정 현안을 가장 많이 꼽았고, 20~30대는 K-콘텐츠와 스포츠 등 문화 관련 주제에 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는 올해 들어 생활물가와 경제 불안정이 서민 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가장 기억에 남는 뉴스로도 정치·사법 이슈(30.3%), 대통령 선거(23.2%), 물가·경제 위기(20.9%)가 꼽혔다.
새로운 명절로의 전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문화가 익숙해졌고, 온라인으로 인사하거나 선물만 보내는 형태의 비대면 명절이 정착했다. 명절을 반드시 본가 방문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 개인적 시간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피앰아이 관계자는 "전통적 의례는 점차 줄고,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보내는 새로운 명절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올해 연휴 대화의 중심에는 체감 물가와 민생 문제가 자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