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인정한 맛…400년 전통으로 길러낸 '한국 대표 식재료'

2025-10-10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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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유산 갯벌에서 자라 해외 인증까지 받은 특산물
햇볕 맞고 천천히 자라 깊은 풍미

고창의 전통 지주식 김 양식업이 1년여 만에 다시 문을 연다.

지주식 김 양식 자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지주식 김 양식 자료 사진.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고창군은 최근 만월어촌계 43개 어가 150여 명을 대상으로 지주식 김 한정면허 처분을 완료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조치로 지난해 한빛원전 온배수 보상 소멸에 따라 중단됐던 지주식 김 양식업이 재개된다. 어장은 심원면 만돌 일대 200헥타르 규모로 확장됐으며 기존 154헥타르보다 46헥타르 늘었다.

고창 지주식 김은 1623년부터 이어져 온 전통 어업으로 특히 만돌 지역에서는 197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됐다. 한때 연간 물김 600톤을 생산하며 마른김 가공공장 운영까지 합쳐 7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해 보상 중단으로 어민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김은 람사르습지와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청정 갯벌에서 자라 품질이 높기로 알려져 있다. 서해안 최초로 물김 유기수산물 인증과 미국 유기인증(USDA)을 획득한 이력도 있다. 또한 태안과 완도와 함께 국내에서 드물게 남아 있는 전통 지주식 김 양식지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크다.

지주식 김 양식 수확 현장 / 고창군 제공
지주식 김 양식 수확 현장 / 고창군 제공

◈ 지주식과 부유식, 다른 양식 방식

고창 지주식 김 양식은 단순한 생산 방식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400년간 이어져 온 전통 어업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청정해역에서 유기수산물과 유기식품 인증을 동시에 받은 고부가가치 수산물이다. 국내 전체 김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 이하에 불과하지만 문화적·경제적 가치가 매우 높다.

‘지주식’은 수심이 얕은 바다에 대나무나 나무 기둥을 세우고 김발을 매다는 방식이다. 하루 두 번 썰물 때 햇볕을 직접 받아 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살아나고 소화도 잘된다.

‘부유식’은 스티로폼 부표를 띄우고 그 아래에 그물을 매달아 기르는 방식으로 같은 면적에서 지주식보다 2배 이상 많은 수확이 가능하다. 생산 효율은 부유식이 앞서지만 지주식 김은 천천히 자라 풍미가 깊고 품질이 뛰어나 전통 양식법의 가치를 지닌다.

김 양식의 기원은 전남 광양 태인도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남해안과 완도 일대에서도 오래전부터 전통 김 양식이 이루어졌고 구한말 무렵 완도에서 오늘날의 지주식 양식법이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어민들은 계절과 해류에 따라 지주대를 세우는 방법을 달리하며 기술을 발전시켜 왔고 현대적 도구와 결합해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해양수산부는 완도의 지주식 김 양식업을 2017년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지정해 보존과 계승에 힘쓰고 있다. 전통 양식의 역사적 의미와 어민들의 경험 지식이 그대로 담겨 있는 만큼 고창 지주식 김 역시 보존과 계승 차원에서 그 가치가 크다.

김 양식 자료 사진. / 뉴스1
김 양식 자료 사진. / 뉴스1

◈ 법 개정으로 다시 열린 길

고창군은 지난해부터 한빛원전과 만월어촌계 소멸 어장을 대체할 방안을 찾으며 수십 차례 협상을 벌였으나 기존 협동양식이나 마을어업 방식으로는 수심 제한에 가로막혀 지주식 양식 개발이 불가능했다. 이에 해양수산부와 협력해 양식산업발전법 시행령 개정을 건의했고 지난해 7월 수심 제한 완화가 반영됐다.

이후 한빛원전과의 협의를 거쳐 9월 말 전북도로부터 한정면허 승인을 받아 이달 최종 면허 처분이 내려졌다. 현재 만월어촌계는 김 그물망 세척과 포자 부착, 말목 정비 등 사전 준비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본격적인 양식장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심덕섭 군수는 “400년 전통의 지주식 김 양식업이 다시 시작될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창 지주식 김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를 통해 어민들의 소득을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유튜브, 고창군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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