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승진’에 ‘금품수수 파면’까지…무너진 대한적십자사
2025-10-22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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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 징계 41건, 그중 66%가 솜방망이 경징계에 그쳐
직장 내 괴롭힘·성희롱 반복에도 조직 차원의 통합대응 없어

[위키트리 양완영 기자] 공공기관으로서 인도주의 가치를 표방해온 대한적십자사가 내부 인권침해와 청렴도 추락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최근 3년간 직장 내 괴롭힘, 성비위, 금품수수 등 비위 행위가 반복됐고, 이에 대한 징계 역시 솜방망이 수준에 그쳐 조직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광주갑)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23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이 기관 내 징계 건수는 총 41건에 달한다. 이 중 견책·감봉 등 경징계가 27건(약 66%)으로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정직·해임·파면 등 중징계는 14건에 불과했다.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인권침해다. 성희롱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인한 징계 건수는 9건이었으며, 법률 자문에서도 통영·영주적십자병원 등에서 피해자 유급휴가 지급 여부를 둘러싼 논란까지 발생했다. 가해자 인사 조치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실제 사례로는 성비위 징계를 받고도 승진한 직원, 음주운전·폭언으로 인한 경징계, 장례지도사의 금품수수로 인한 해임·파면 등이 포함됐다. 특히 2024년 부산혈액원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의 진단서가 내부망에 노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건은 조직 차원의 통합 대응 없이 개별기관에서 처리되며 피해자 보호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평가다.

소병훈 의원은 “국민의 헌혈과 회비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에서 인권침해와 비위가 반복된다는 것은 내부 감시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피해자 보호 절차 강화와 본사 차원의 통합 관리체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기관인 만큼 자정 노력과 구조적 혁신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대한적십자사는 공공의료기관이자 국가 재난대응 체계의 일환으로 작동하는 기관이다. 그 책임의 무게만큼 조직 내부의 청렴성과 인권감수성 확보는 단순한 윤리 문제가 아닌 필수 조건이다. 반복되는 사건을 근절하기 위해선 단호한 징계 기준과 상시적 내부 감찰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