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그 냄새가 난다... 홍어와 함께 '세계 10대 악취 음식' 꼽히는 음식

2025-10-30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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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과 지독한 냄새로 유명한 음식의 정체

밤이 깊어진 중국 후난성 창사의 골목. 매캐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퍼진다. 외지인들은 코를 막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환호성을 지르며 줄을 선다. 냄새가 진동하는 가판대 앞, 뜨거운 기름에서 검게 변한 두부 조각이 빠져나오자 사람들은 젓가락을 든다. 세계 10대 악취 음식으로 꼽히는 중국의 '취두부(臭豆腐)' 얘기다.

취두부 / '목포MBC' 유튜브
취두부 / '목포MBC' 유튜브

취두부는 두부를 삭혀 만든 중국 음식으로 채소와 허브, 해산물 등을 발효시킨 소금물에 두부를 담가 오랫동안 발효해 만든다. 이름부터 냄새 취(臭) 자가 들어간 것처럼 역한 쓰레기 냄새 또는 하수구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수르스트뢰밍, 삭힌 홍어, 청국장, 두리안 등과 함께 세계 10대 악취 음식으로 꼽힌다.

취두부로 만든 요리 / '목포MBC' 유튜브
취두부로 만든 요리 / '목포MBC' 유튜브

'중국인들은 즐겨 먹는다고? 세계 10대 악취 음식'이란 제목의 영상이 최근 '목포MBC'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지난해 목포MBC에서 방송한 '삭힘의 미학' 시리즈 중 하나인 취두부 편을 소개한 영상이다.

중국 남쪽 내륙에 위치한 후난성 창사에는 밤이 깊어도 여전히 붐비는 사람들과 수많은 길거리 음식들 중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다. 바로 취두부다. 중국 본토에서는 길거리에서 마오쩌둥이 즐겨 먹었다는 음식이라고 홍보하며 홍소육, 돼지껍데기 등 후난 요리와 함께 풀코스로 파는 식당도 있다.

취두부를 만들려면 먹기 좋게 자른 두부를 발효액에 두 시간 정도 담근다. 이 발효액이 핵심이다. 발효액을 만드는 게 제일 어려운 일인데 각종 약재를 넣고 끓인 뒤 1년에서 2년 삭혀야 사용할 수 있다. 삭히는 과정에서는 매일같이 저어줘야 하는 정성도 들어가야 한다.

두부에 검은색과 지독한 냄새가 스며들면 완성된다. 하얗던 두부는 회색빛을 띠며 냄새가 배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표면은 점점 어두워진다. 발효액은 단순히 냄새를 입히는 역할이 아니라 단백질이 분해되면서 생성되는 아미노산과 지방산이 농축돼 특유의 깊은 감칠맛을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취두부는 창사 먹자 골목에서 가장 흔한 서민 음식으로 자리잡았지만 과거에는 궁중에서도 먹는 고급 음식이었다. 특히 청나라 때 취두부를 좋아했던 서태후는 자신의 생일상에 올릴 정도로 즐겨먹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발효액에 약재를 더해 만든 '궁중식 취두부'가 따로 존재했다. 일반 백성은 쉽게 먹기 어려운 고급 음식이었다.

취두부는 청나라 강희제 때 과거시험을 보러 베이징으로 올라온 왕치화가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과거에 합격하지 못하고 낙방한 그는 고향으로 돌아갈 면목이 없어 베이징에서 두부장수를 했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됐는데 비가 구질구질 내리고 두부는 전혀 팔리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 두부는 곰팡이가 폈다. 밑천까지 날리게 될 판이었다.

취두부 / '목포MBC' 유튜브
취두부 / '목포MBC' 유튜브

생각하던 끝에 그는 곰팡이가 핀 두부를 소금물에 절였다. 그 후 두부는 푸른색으로 변했고 먹어보니 맛이 특이했다. 그는 취두부 간판을 내걸고 팔기 시작했다. 한번 산 사람은 다시 사러 올 정도로 그의 가게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온 장안에 소문이 자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음식은 황제의 식단에까지 들어가게 됐다.

취두부 재료인 두부는 콩으로 만든다. 좋은 콩이 맛있는 취두부를 만드는 첫 번째 비법이다. 창사 외곽의 산골 마을에서는 아직도 전통방식으로 두부를 생산하고 있다. 잘 불린 콩을 갈아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단순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이다.

곱게 간 콩물은 끓인 후 한번 걸러내고 다시 끓여준다. 틀에 넣고 뚜껑을 닫아 수분을 빼주는데 여기까지는 일반 두부를 만드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하얀 두부가 악취 풍기는 취두부로 변신하려면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후난성의 취두부는 겉이 검은색에 가깝다. 발효 과정에서 미생물이 만든 색소 때문이다. 이를 튀기면 바삭한 껍질과 부드러운 속살이 대비를 이룬다. 일부 지역에서는 튀긴 후 고추기름, 간장, 마늘소스를 끼얹어 매콤하게 먹는다. 튀겨 먹는 방식 외에도 구워서 고춧가루를 뿌리거나 찌개 형태로 끓여 먹기도 한다.

악명 높은 냄새의 원인은 단백질 분해 과정에서 생성되는 황화수소, 암모니아, 지방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물질들이 완전히 발효되면 톡 쏘는 향 뒤에 묘한 단맛이 남는다. 그래서 외국인에게는 악취지만 현지인에게는 식욕의 향기가 된다.

상한 두부를 버리기 아까워 재활용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만들게 됐다는 취두부. 단백질을 부패가 아닌 발효로 전환시키는 지혜가 담겨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냄새는 썩은 듯하나, 맛은 천하제일"이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런 선조들의 지혜가 담겨 있어 중국인들에게 취두부는 더욱 특별한 맛으로 기억된다.

목포MBC가 제작한 다큐멘터리 '삭힘의 미학'은 한국, 중국, 일본은 물론 그린란드, 아이슬란드, 스웨덴 등 전 세계의 다양한 발효음식과 그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제54회 휴스턴국제영화제 TV시리즈-다큐멘터리 부문에서 백금상을 수상했다.

취두부 / '목포MBC' 유튜브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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