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간병한 장남에게만 상속한 아버지, 끝내 자식들 간에 벌어진 싸움

2025-11-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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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증여, 가족의 갈등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자신을 돌본 장남에게만 생전에 집을 증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평생 우애 좋던 삼 남매가 갈등에 빠졌다.

지난 28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삼 남매 중 둘째인 여성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중학교 교사로 재직했던 A씨의 아버지는 평소 흙을 만지고 가꾸는 일을 즐겼다. 그는 취미처럼 농사를 짓던 땅이 신도시 개발 지역에 포함되면서 큰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서울 송파구에 단독주택을 마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Stock for you-shutterstock.com

A씨와 막내 여동생은 일찍 결혼해 가정을 꾸렸지만, 장남은 대학 졸업 후 몇 차례 직장을 옮기다 특별한 직업 없이 부모와 함께 생활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치매 진단을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장남이 병간호를 맡게 됐다. 가족들은 장남의 헌신을 고마워했지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예상치 못한 일이 드러났다.

아버지가 사망하기 2년 전, 단독주택의 명의를 장남에게 이미 넘긴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A씨는 “당시 아버지는 이미 치매가 진행된 상태였다”며 “온전한 정신이 아니셨던 아버지의 결정을 어떻게 믿어야 하냐”고 토로했다. 평생 우애가 좋았던 삼 남매는 결국 아버지의 유산을 두고 얼굴을 붉히게 됐다.

이에 대해 장남은 “아버지가 자신을 돌봐준 보답으로 주신 것”이라며 “상속이 아닌 증여”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은 “판단 능력이 상실된 상태에서의 증여는 무효”라며 반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증여 무효 소송’이나 ‘유류분 반환 청구’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상담에 참여한 임수미 변호사는 “아버지가 치매로 판단 능력을 상실한 상태에서 집을 증여했다면, 그 증여는 법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를 입증하기 위해 당시 진료 기록, 담당 의사의 소견서, 가족이나 간병인 등의 증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imtmphoto-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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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아버지가 온전한 정신으로 증여를 결정한 경우라도, 다른 자녀들은 법적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분인 ‘유류분’을 청구할 수 있다. 유류분은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직계비속(자녀)의 경우 전체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이 유류분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실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면 가족 관계는 쉽게 회복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유류분 소송은 법적 권리이지만, 감정의 골이 깊어져 형제 간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한편, 최근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처럼 ‘치매 환자의 재산 처분’과 관련된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5년 사이 ‘증여무효 확인’ 소송 건수는 약 20% 증가했다. 특히 부모가 인지 능력을 잃기 전후로 자녀에게 재산을 몰아주는 경우, 나머지 가족들이 뒤늦게 알게 돼 갈등이 폭발하는 사례가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치매 환자가 재산을 처분하거나 증여하는 경우, 그 효력을 둘러싼 다툼은 결국 ‘판단 능력 입증’이 핵심이 된다”며 “가족 간 합의가 어렵다면 법원의 판단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home 위키헬스 기자 wikihealth75@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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