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1 '건축탐구 집' 벼랑 끝, 시공 난이도 최상의 집을 지은 까닭은? 편
2025-11-04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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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탐구 집' 11월 4일 방송 정보
EBS1 '건축탐구 집' 11월 4일 방송 정보를 알아보자.
EBS1 '건축탐구 집'은 집과 사람, 공간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건축탐구 집과 함께 진정한 집의 의미를 찾아본다.

◈ 우리 부모님이 달라졌어 - 은퇴한 부모님을 신혼으로 되돌린 곡선 집
경기도 포천시의 한 시골 마을. 논과 산 사이에 자연을 끌어안은 집이 있다. 일반적인 네모난 집이 아닌 곡선형인 이 집은 시공도 어렵지만 자재 손실도 커 시공사에서는 기피한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를 고집한 건 다름 아닌 건축주의 아들인 공간 디자이너 박현희 씨.
한 직장에서 40여 년 긴 시간을 일하고 은퇴한 아버지와 남편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친 어머니가 노후에는 땅을 밟고 흙 내음 맡으며 건강하게 지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설계를 시작한 아들 현희 씨. 가장 완벽한 형태의 도형이 ‘원형’이라 생각한다는 현희 씨는 누군가에게 선물할 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 선물하듯, 이 곡선형 집을 부모님에게 드리는 최고의 선물이라 생각하며 설계했다고.
사각형 집에 비해 시공이 까다로운 곡선 집은 포천에서 집만 최소 300채 넘게 지은 고모부가 물심양면 시공을 도왔기에 가능했다. 집과 마당을 원형으로 완성하기 위해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 기준점을 잡아 동그랗게 터를 긋는 것부터 까다로운 시공의 시작이었다. 사면이 노출된 대지 특성상 사생활을 보호하고자 노출 콘크리트로 성벽처럼 둥근 집을 감싸고 외벽의 창은 최소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독특한 디자인을 위해 주로 외장재에 쓰는 적벽돌을 현관 바닥에 뒤집어 깔고, 담벼락에는 벽돌 안쪽 면을 바깥쪽으로 뒤집어 사용했다. 성채를 지키는 망루처럼 따로 우뚝 솟아 있는 별채는 폴리카보네이트 소재의 가림막을 두어 사생활 보호도 하고, 은은하게 햇살을 들이기도 한다.
별채 공사 중 가족과 시공업자들이 끝까지 뜯어말린 곳이 있는데, 바로 본채와 별채를 잇는 계단. 일일이 거푸집을 만들어 시공해야 하는 뜬 계단이라 공정도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들어 시공을 도운 고모부가 끝까지 반대했던 부분이란다. 하지만 완공 후엔 고모부도 어머니도 포천에서 단 하나뿐인 계단을 가장 마음에 들어 하신다고. 둥근 외부만큼 둥그런 곡선으로 이어진 내부도 눈길을 끈다. 곡선 집이라 침대며 소파며 이전에 쓰던 가구를 거의 다 버릴 수밖에 없어 속상했다는 부모님. 대신 아들 현희 씨가 곡선 집에 맞는 가구들을 디자인해 전부 맞춤 제작했다.
평생 사각형 집에서 살다 칠순을 앞두고 둥근 집에 살게 된 부모님. 처음엔 어질어질하고 적응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감각적인 공간 덕분에 황혼에 신혼 기분을 느끼며 하루하루 젊어지는 기분이 든단다. 또 한 가지 놀라운 일은 공간이 달라지면서 ‘포천 상남자’ 아버지의 행동이 다정다감 남편으로 달라졌다는데,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포천에서 하나밖에 없는 곡선 집 입주 6개월 차, 이전과는 달라진 부모님의 일상을 탐구해 본다.

◈ 지금까지 이런 황토집은 없었다 - 아내의 건강을 위해 지은 완벽 친환경 집
시공이 어려운 집을 논할 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곡선이나 사선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디자인, 독특한 자재를 사용해 복잡한 공정, 또는 요구 조건이 까다로운 건축주. 충북 충주시에는 이 세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집이 있다.
시골 마을에서는 보기 드문 역경사로 된 이 집은 언뜻 외관만 보면 아는 사람들만 찾는 숨은 갤러리처럼 보인다. 미국에서 건축 공부를 한 아들이 대학교 1학년 때 디자인한 이 집은 외관부터 징크, 세라믹 사이딩, 목재, 콘크리트 등 다양한 재료와 사선으로 떨어지는 라인이 딱 봐도 시공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 게다가 암만 봐도 현대식 주택인 이 집이 황토집이란다.
아들이 디자인한 외관을 고수하면서 황토집을 짓고 싶었던 부부는 수많은 시공사를 찾아다녔지만 절대 불가하다며 퇴짜 맞기 일쑤였다고. 그러다 함께 모험해 보자는 시공사를 만나 어렵게 첫 삽을 떴다.
눈 씻고 봐도 황토는 보이지 않는 황토집, 시공 과정 역시나 쉽지 않았다.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해 황토집은 처음이었던 시공사. 건축주 부부와 아이디어를 모아 세상 둘도 없는 공법을 탄생시켰다. 게다가 단열재 하나까지도 유리 섬유가 아닌 친환경으로 하고 싶어 궁리한 끝에 왕겨숯을 선택했다. 시공 중 비가 오면 황토가 흘러내려 시공을 다시 하고, 목재 사이 꼼꼼한 황토 미장을 위해 작업자도 추가로 고용했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이렇게까지 까다롭게 친환경 자재로만 집을 지은 이유는 바로 사랑하는 아내의 건강 때문! 가난한 남자에게 시집와 평생 고생만 하던 아내가 덜컥 갑상선암에 걸리자 쉼 없이 달리기만 했던 것에 죄책감을 느낀 남편. ‘저 푸른 초원 위의 그림 같은 집’을 지어주겠다던 사글세 단칸방 신혼 시절 약속을 뒤늦게 지켰다. 그런데 단순 그림 같은 집이 아니라 아내의 건강 생각한 친환경 집을 지으려다 보니 ‘갤러리 같은 디자인’과 ‘황토’라는 상식을 뛰어넘는 조합이 탄생한 것.
어느 시공사에서도 시도한 적 없는 상상 초월 황토집. 기술적인 제약과 시공 난도를 극복하고 건강과 미감도 톡톡히 챙긴 이 집의 시공 비밀을 <건축탐구 집>에서 파헤쳐 본다.
EBS1 '건축탐구 집'은 매주 화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방송 정보는 EBS1 '건축탐구 집'미리보기 방송 안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해당 글은 아무 대가 없이 작성됐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