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항소 포기, 용산·법무부 관계 고려"…'윗선 의식' 시인

2025-11-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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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시 여부는 확답 안해…“나도 힘들어”

(왼쪽부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청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왼쪽부터)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청청사 법무부에 출근하며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관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뉴스1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이 10일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대검찰청 검찰연구관들의 항의 방문을 받은 자리에서 "용산과 법무부의 관계 등을 고려해야 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의 판단이라던 기존 입장과 달리, 윗선을 의식했다는 해명을 한 것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대검에서 근무하는 평검사인 검찰연구관 10여 명은 이날 오전 노 권한대행을 찾아가 대장동 사건의 항소 포기를 지시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대검 연구관 의견’이란 글을 작성해 노 권한대행에 전달했다고 한다. 의견서에는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은 검찰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공소 유지 의무를 스스로 포기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이에 거취 표명을 포함한 합당한 책임을 다하시기를 요구한다”고 적혔다.

이 자리에서 노 권한대행은 “용산, 법무부와의 관계 그리고 검찰의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수밖에 없었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나도 너무 힘들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같은 발언은 노 권한대행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이 대통령실과 법무부의 의중을 고려한 결과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다만 노 권한대행은 이른바 ‘윗선’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나 대통령실의 항소 포기 지시 여부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노 권한대행은 검찰 내 반발이 거세지자 입장문을 내고 "항소 포기는 검찰총장 대행인 저의 책임하에 서울중앙지검장과 협의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대검에 지시하거나 지침을 제시했는지에 대해 3차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취지의 의견을 전달했다면서도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여러 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 표현을 했다”고만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의혹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5명에 대한 항소장을 지난 7일 마감 시한까지 제출하지 않았다.

당시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항소장 제출 마감 4시간여 전까지 항소 제기를 승인했지만, 대검이 재검토 지시에 이어 최종 불허하자 수사·공판팀에 항소 포기 방침을 전달했다.

검찰의 항소 포기 직후 정 지검장이 사의를 표했고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검사들뿐만 아니라 검찰 내부 불만이 터져 나오며 논란이 커졌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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