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산이 절반인데 해냈다…무려 3.6톤 분양 앞둔 신품종 ‘국민 간식’ 탄생
2025-11-14 14:00
add remove print link
국산 품종의 귀환, 고구마 시장을 흔들다
농업 기술의 승리, 호풍미로 승부수를 던지다
강원도 농업기술원은 2025년산 씨고구마 신품종 ‘호풍미’ 3.6톤을 분양한다고 12일 밝혔다.

‘호풍미’는 껍질이 붉고 속살이 담주황색인 호박고구마 계열 품종으로, 당도가 높고 식감이 부드러워 소비자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기존 품종인 ‘호감미’보다 수량이 12%가량 늘었고(10a당 3.4톤), 덩굴쪼김병·더뎅이병 등 병해에도 강해 농가 재배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번 분양 물량은 도내 주요 재배지역인 원주·춘천을 중심으로 보급될 예정이며, 12월 초 본격 분양을 앞두고 있다.
희망 농가 및 생산자 단체는 관할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오는 20일까지 신청할 수 있다.
‘호풍미’는 2026년부터 씨고구마 생산용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강원도의 고구마 재배면적은 연간 약 500헥타르(㏊)로, 씨고구마만 해도 약 375톤이 필요하다. 그만큼 이번 ‘호풍미’의 대량 보급은 강원 지역 농가의 품종 전환을 이끄는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고병대 강원도 농업기술원 작물연구과장은 “호풍미가 조기 정착해 농가 소득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홍보와 재배기술 보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일본산 52% 점유 시장, 국산 품종의 반격
현재 국내 고구마 시장의 약 52%는 일본 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베니하루카(紅はるか)’는 전국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에서 ‘호박고구마’의 대명사로 자리 잡으며 국산 품종을 압도했다. 하지만 일본 품종 의존도는 곧 ‘종자 로열티 유출’로 이어졌고, 농가마다 가격 경쟁력 확보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런 가운데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이 2021년 개발한 ‘호풍미’는 국산 고구마 품종 자립화를 위한 대표 모델로 평가된다.
농진청은 2023년부터 강원·충청권 일부 지역에 시범 분양을 진행했고, 올해는 강원도와 협력해 본격적인 대량 보급에 나선다.
‘호풍미’는 기존 일본산 고구마보다 저장성과 내병성이 우수하며, 전분 함량이 높아 수확 후 당도 유지력이 뛰어나다. 또한 밤고구마의 단단함과 호박고구마의 달콤함을 동시에 갖춘 품종으로, 소비자 선호도가 높다.

■ 유통업계도 ‘K-고구마’ 마케팅 시동
유통가도 ‘호풍미’ 상용화에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전북 김제에서 수확한 ‘호풍미 고구마(1.5kg·박스)’를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5990원에 판매한다. 총 200톤을 확보해 내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고구마뿐 아니라 국산 품종 사과 ‘아리수’, ‘감홍’ 등 다양한 농산물로 ‘K품종 프로젝트’를 이어가고 있다.
롯데마트는 국산 농산물 품종의 판매를 확대해 해외로 유출되는 종자 사용료 부담을 줄이고, 국내 농가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돕는 ‘K품종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 고구마, 겨울 국민 간식이 된 이유
고구마는 오랜 세월 동안 겨울철 대표 간식으로 사랑받아왔다.
수확 후 저장 과정에서 전분이 당분으로 바뀌며 단맛이 깊어지고, 따뜻하게 구웠을 때 특유의 구수한 향이 배어든다. 과거 연탄불과 화덕에서 구워 먹던 ‘군고구마’는 추운 날씨에 몸을 녹이는 대표 간식이었다.
오늘날엔 편의점, 카페, 홈카페 메뉴로까지 확장돼 ‘겨울 간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고구마는 맛뿐 아니라 건강 효능도 탁월하다.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베타카로틴·안토시아닌 성분은 항산화 효과를 높인다. 또한 비타민 C와 칼륨이 많아 면역력 강화와 나트륨 배출에 도움을 주며, 혈당 상승 속도가 느려 포만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구마는 ‘달콤한 간식’이자 ‘건강식품’으로 꾸준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 이어지는 국산 품종 성공 사례
‘호풍미’ 외에도 국산 고구마 품종은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소담미’는 꿀고구마 품종으로, 저장 후 당도가 30브릭스에 이를 정도로 높아 굽거나 찔 경우 진한 단맛을 낸다.
여름철 수확이 가능한 ‘진율미’는 재배 시기를 달리해 농가의 연중 소득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국산 품종의 확산은 단순히 ‘수입 대체’ 수준을 넘어, 농가 소득 증대와 종자 주권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 전문가들은 “호풍미를 비롯한 국산 품종이 자리 잡으면, 외국 품종 사용료 절감 효과뿐 아니라 국내 소비자에게도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고구마는 더 이상 일본 품종의 전유물이 아니다. 강원도와 농촌진흥청, 유통업계가 손잡고 내놓은 ‘호풍미’는 국내 농업 기술력의 자립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성과다. 겨울철마다 거리를 달콤하게 채워왔던 그 군고구마의 향처럼, 이번엔 국산 품종이 ‘국민 간식’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