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유명 치과, 이틀만에 퇴사하자…“180만원 물어내라”
2025-11-1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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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계약 미이행 시 손해배상 약정은 위법

서울 강남의 한 치과가 입사 이틀만에 퇴사한 직원에게 180만원을 물어내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A 씨는 서울 강남구의 업계 상위권 대형 치과에 취직했다.
그러나 막상 출근해 보니 면접 때 설명과는 다른 업무를 맡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 새벽 근무를 해야 하거나, 실수가 있을 경우 급여가 깎일 수 있다는 말도 듣게 됐다.
A 씨는 결국 이틀 만에 일을 그만뒀다.
그러자 치과 측은 A 씨가 ‘퇴사 예정일을 최소 한 달 전 알려야 한다’는 약정을 어겼다며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이틀 일한 임금은 25만원가량인데, 책정 월급의 절반인 약 180만원을 배상하라 한 것이다.
황당한 A 씨가 항의하자, 치과 측은 첫 출근 날 ‘퇴사 한 달 전 고지’ 확인서를 작성하지 않았냐고 되물었다.
확인서는 퇴사 한 달 전 고지하지 않으면 치과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혔는데, A 씨는 “모두가 하는 절차”라는 말만 믿고 의심 없이 서명했다고 한다.
A 씨는 고작 이틀 일을 한 게 어떤 손해를 끼쳤는지 재차 물었다.
그랬더니 그에게 돌아온 건 “새 직원을 뽑는 시간과 비용”이란 답과, 치과 쪽 변호사의 내용증명이었다. 결국 A 씨는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법 전문가들은 이런 확인서 강요가 명백한 위법이라고 지적한다.
근로기준법 제20조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해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하는 계약’을 금지한다.
‘퇴사 예정일을 미리 알리지 않으면 손해배상액을 낸다’라거나 ‘지각 시 급여에서 공제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을 경우 법 위반이란 것이다. 이를 어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하은성 샛별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매체에 “일반 근로자가 이런 규정이 위법이라는 사실을 알기 어렵다는 점을 노리고 악용한 사례”라며 “미리 정해진 손해배상액을 내라고 강요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노동 전문가들은 유사한 피해를 막기 위해 근로자들이 입사 과정에서 반드시 확인해야 할 기본 사항들을 강조했다.
우선 근로계약서에는 임금, 근로 시간, 업무 내용, 휴일·휴가, 취업 장소 등이 명확히 적혀 있어야 하며, 면접 과정에서 설명된 내용이 실제 계약서에 반영됐는지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 구두로만 안내받은 조건은 이후 분쟁에서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다들 작성한다"는 식의 말에 휘둘려 퇴사 예고 의무나 벌금, 손해배상 관련 문구가 포함된 확인서나 별도 약정서에 서명하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이런 조항은 애초에 법에서 금지하고 있어 효력이 없지만, 사업주가 이를 근거로 위협하거나 압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근로기준법상 퇴사 의사를 밝히는 데 특정 기간을 강제할 수는 없으며, 근로자가 손해배상 의무를 지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은 신규 직원 교육 비용이나 채용 지연 등을 이유로 과도한 책임을 전가하려 든다.
전문가들은 “특히 서비스업·의료업 등 이직률이 높은 업종에서는 신규 직원에게 불리한 조항을 은근히 끼워 넣는 경우가 반복된다”며 “조금이라도 이상하거나 모호한 문구가 있다면 즉시 설명을 요구하고, 필요하면 노동청이나 공인노무사에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당한 조건에 서명했다고 하더라도 위법 조항은 무효이므로 겁먹지 말고 바로 신고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해결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