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팩트'] 정부가 공무원을 적으로 돌렸다… 이것은 ‘조사’가 아니라 ‘사냥’이다

2025-11-14 12:23

add remove print link

-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모는 정부… 이것이 진상 규명인가”
- “75만 명 전수조사? 정치적 선별·공포 통치의 시작”
- “동료 고발 장려한 정부, 공직사회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위키트리 전국총괄본부장  / 사진=위키트리DB
위키트리 전국총괄본부장 / 사진=위키트리DB

[전국=위키트리 최학봉 선임기자] 정부가 12·3 계엄 관련 조사를 명분으로 공직사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전 부처에 ‘내란 협조 제보 창구’를 설치하고, 공무원들에게 동료를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정부 스스로는 이 조치를 ‘진상 규명’이라 부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의미는 단 하나다. 정부가 공무원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기 시작했다는 것.

■ “자발적 제출”이라는 거짓말… 정부가 진짜 원하는 건 복종이다

정부는 휴대전화 제출을 “자발적”이라고 포장한다. 하지만 누가 모를까. 지금 공직사회에서는 이미 이 말이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자발적이 아니라 사실상 강제다.” “협조 안 하면 명단 올라가는 것 아니냐.”

공무원의 통신 기록을 정부가 들여다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문제로조차 생각하지 않는 듯하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핵심이다. 정부가 공무원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을 통제하려 든다는 점.

■ 75만 명을 상대로 한 ‘전수 조사’? 이것은 책임 추궁이 아니라 ‘표적 관리’다

중앙행정기관 49곳, 공무원 75만 명을 한꺼번에 조사 대상으로 올린 결정은 “진상 규명”이라는 설명과 전혀 맞지 않는다. 정부도 안다. 75만 명 대부분이 계엄 논의를 알 리 없다는 것을.그럼에도 이렇게 전면 조사에 나섰다는 뜻은 분명하다.

정부는 ‘실제 협조자’를 찾는 것이 아니라, '정권에 비판적인 공무원’을 가려내고 싶은 것이다. 이미 여러 부처에서 특정 인물을 겨냥한 투서가 쏟아지고 있다. 이를 정부는 알고도 방치하고 있다. 그 방치야말로 정부가 원하는 ‘효과’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공무원들의 말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게 공산국가 방식 아니면 뭐냐.” “동료 고발하라는 정부는 처음 본다.” 정부가 공무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렇다. “우리는 너희를 믿지 않는다. 그러니 서로 감시하고 서로 고발해라.” 이런 구조 속에서 어떤 공무원이 정부를 위해 충성할 수 있겠는가. 이제 공무원들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눈치’를 보며 일할 수밖에 없게 됐다.

■ 정부가 망가뜨린 것은 공무원 사회가 아니라 ‘국가의 시스템’이다

이미 계엄에 연루된 핵심 인물들은 수사와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런데 왜 75만 명을 한꺼번에 ‘의심 그룹’으로 묶어 조사하려 하는가? 그 이유는 불편하지만 명확하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공무원 사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적을 위해 공무원 전체를 통제할 장치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방식은 단순한 실수나 과잉 대응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할 명백한 권력 남용이다.

■ 이 위험한 실험의 책임자는 정부다

정부는 검찰 권력, 행정 권력, 감시 체계를 총동원해 공직사회를 압박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을 설계하고 지시한 주체는 정부다. 거기서 어떤 공무원이 어떻게 반응하든, 그 책임은 공무원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자신에게 있다.

정부가 지금 저지르는 행위는 국가 운영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정권 유지를 위한 압박이며,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흔드는 위험한 시도다.

이 실험이 실패하면 공무원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무너진다. 그리고 그 책임은 온전히 이 제도를 기획한 ‘정부’에 있다.

home 최학봉 기자 hb7070@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