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의 운명을 건 베팅, ‘RE100’은 독배인가 성배인가"
2025-11-1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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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의 운명을 건 베팅, ‘RE100’은 독배인가 성배인가"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오랜 침묵과 갈등의 안개에 갇혀 있던 전남 무안의 미래를 가를 거대한 담론의 장이 마침내 열렸다.
정부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RE100 산업단지’ 유치라는 달콤한 과실을 앞에 두고, 무안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과 넘어야 할 현실의 벽, 그리고 군공항 이전이라는 민감한 뇌관까지. 지난 14일 전남도의회에서 열린 토론회는 무안의 미래를 향한 기대와 우려가 치열하게 교차하는 뜨거운 용광로였다.
####“대한민국 1등 잠재력, 왜 무안인가?”
이날 토론회의 포문은 ‘기회’라는 키워드로 열렸다. 발제를 맡은 전문가는 “전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잠재력에서 압도적인 전국 1위”라고 단언했다. 특히 무안은 국제공항과 고속철도를 품은 교통의 허브이자, 신도시를 배후에 둔 완벽한 정주 여건, 그리고 신안의 거대한 해상풍력단지와 연계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까지. 첨단 글로벌 기업들이 탐낼 만한 모든 조건을 갖춘 ‘준비된 최적지’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기회 뒤에 숨은 ‘현실의 그림자’
장밋빛 전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토론이 깊어질수록 현실의 과제들이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막대한 전기를 생산해도 이를 실어 나를 변전소와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미 유치전에 뛰어든 인근 지자체보다 늦은 출발을 어떻게 만회할 것인가? 등 날카로운 질문들이 쏟아졌다. RE100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역시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금기어 ‘군공항’, 테이블 위로 오르다
결국 토론의 열기는 가장 민감한 현안인 ‘군공항 이전’ 문제에서 정점을 찍었다. 한 주민이 RE100 산단 유치와 군공항 이전의 연계 가능성을 묻자, 토론회를 주도한 나광국 도의원은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답했다. 그는 “RE100 산단은 지역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전제하며 “만약 두 사안이 연계된다면, 그 판단은 오직 주민들의 공정하고 투명한 토론을 통해 결정되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선동과 합리적 주장을 구분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해 주민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제는 행동으로 증명할 때
나광국 의원은 “오늘의 토론이 말의 성찬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토론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들을 동력 삼아, 조만간 ‘범군민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정부에 무안의 의지를 전달할 공식 건의안을 발의하는 등 구체적인 실행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갈등의 시대를 넘어, 무안이 미래를 향한 위대한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을지, 이제 지역 사회 전체의 지혜와 결단이 필요한 시간이다.